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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5. 2021

울고? 웃고 넘는 박달재

제천 여행

충주 탄금대에서 영월 동강으로 넘어가려면 꼭 지나치는 곳이 있다. 이름하야 울고 넘는 박달재!


박달재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연결하는 고개이다.

"여기 살던 처녀랑 며칠밤 보내곤 한양에 과거 보러 갔다가 생까고 안 돌아온 박달이 얘기가 전해오는 곳 아냐?"

"응 맞아"

남편이 호기롭게 맞다고 한 박달재 이야기는

맞긴 맞는데 반만 맞다. 아니 어쩌면 노래로 인해 만들어진 전설일지도 모른다. 박달재 목각공원에 있는 유래비조각상에 소상하게 쓰여진 내용을 간추려보면~

조선 중엽,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 이등령(천등산과 지등산의 영마루라는 뜻) 아랫마을에 하룻밤 머물렀는데, 이곳에 사는 어여쁜 처녀 금봉과 첫눈에 반했다. 며칠간 사랑을 나눈 박달은 과거에 급제한 뒤 혼인을 하기로 약조하고 한양으로 떠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박달의 장원급제를 빌며 기다리던 금봉은 절망하여 결국 숨을 거둔다. 한편 박달은 과거에 낙방해 금봉을 보기가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금봉의 장례가 끝나고 사흘 뒤에 뒤늦게 내려온다. 사실을 안 박달은 목놓아 울다가 고개를 오르는 금봉의 환영을 보고는 좇아가 잡으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고개를 박달재라 불렀다고 한다.

박달재 유래를 새긴 조각상 옆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랫말을 담은 박달재 노래비가 있다.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이 부른 이 노래는 1948년 발표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져, 박달재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국에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노래비 옆에 세워진 표지판에 따르면 1950년에 반야월이 작곡한 것으로 되어있다. 2016년에 만든 표지판이니 이게 더 맞을 것도 같다. 반야월은 일제시대 일본군국가를 짓는 등 친일행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 사실 역시 노래비 옆 표지판에 친절하게 소개했다.

제천시 짱!

(이 표지판은 제천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제천단양지회에서 만들었으나 이를 노래비 옆에 세울 수 있도록 허락한 제천시의 역사의식에 박수를 보냄)

울고 넘는 박달재는 KBS의 가요 전문 프로그램인 《가요무대》가 2005년 방송 20돌을 맞아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를 조사해 발표했을 때, 방송 횟수 전체 1위를 차지한 노래이기도 하다.

반야월이 악극단 지방순회 공연중 충주에서 제천으로 가는 길에 농부 내외인 듯한 남녀의 이별 장면을 목격하고 작사했다는 일화가 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금봉도 전설 속의 인물인지 확실치 않다. 오히려 노래가 전국적으로 히트한 뒤, 금봉을 주인공으로 삼은 전설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이 어떻든 제천시에서는 이 전설 속의 인물들을 박달이와 금봉이라는 캐릭터로 마스코트화했다.


박달재 목각공원은 성각 스님이 조성한 목굴암과 오백나한전으로 이어지는데 거긴 차로 지나치기만 했다. 다른 분 포스팅을 보니 한 번 들러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나중에 다시 가보았다.(목굴암과 오백나한전 이야기는 다음 편에 올리겠습니다) 


볼거리들이 많아 한동안 머물게 되는 박달재,

이젠 울면서 넘지 않고 활짝 웃으며 박달재를 넘어가실 수 있으리라~^ ^


- 2020년  3월에  방문했어요.

조각공원 사진은 모셔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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