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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23. 2021

어머님과 탑정호 반 바퀴

탑정호 출렁다리 나들이

탑정호 출렁다리가 우리나라에서도, 동양에서도 최대로 긴 다리라고 하니 어머님도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11월 14일 일요일에 또 다녀왔다.

"내가 그게 그라고 긴 출렁다리인 줄 알았냐? 그냥 출렁다리 가자고 한께 안 갔재~"


사실 일주일 전 11월 7일에 처음 탑정호를 갈 때도 어머님께 같이 가시자 말씀드렸는데 그땐 단호하게 안 간다고 하셨더랬다. 그땐 이 출렁다리가 그렇게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줄 모르셔서 안 간다 하셨던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아는 만큼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어머님 설득의 주요포인트였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어디 여행갈 때 함께 가려면 이 점을 잘 활용해야겠다.


일주일 전에는 아들도 감기기운이 있어서 안 가고, 딸은 원래 안 따라다니니 제껴둔 상태라 남편과 단둘이 가서 오붓하게 결혼 22주년을 기념하고 왔드랬다. 이번엔 아들도 같이 가려했으나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해서 어머님과 셋이 논산 탑정호로 향했다.


주말은 일요일 오전이 제일 한가하겠다 싶어, 집에서 9시 반쯤 출발하니 탑정호 출렁다리 북문과 가까운 4-1주차장에 10시 20분 도착. 역시 지난 주 12시 넘어 도착했을 때보다 주차공간 많고 사람은 적었다. 날도 오랫만에 따스해서 걷기 딱 좋은 날씨였다. 다만 미세먼지가 있어서 시계는 지난 번만큼 맑지 않아 아쉬웠다.


여유롭게 출렁다리 건너며 사진 찍기 좋은 곳 나올 때마다 어머님 독사진, 남편과의 투샷을 찍었다. 나이 드니까 영  사진 찍기 싫다시며 처음엔 카메라를 피해 다니시던 어머님도 우리가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니 나중엔 자연스럽게 V자를 손으로 하시며 즐겁게 모델이 되어주셨다. 출렁다리라 해도 크게 흔들리는 편이 아니어서 평소에도 어지럼증이 있으신 어머님이지만 큰 무리없이 600m의 긴 다리를 잘 걸으셨다.

"장가계 유리다리 갔을 때 얼마나 웃겼는지 아냐? 거긴 다리가 높은데다 유리바닥으로 쩌그 아래가 다 보인께 어찌나 무섭던지 갱아지도 못 가고 쩔쩔 매드랑께. 어떤 아저씨는 전라도 사람인지 '니미~ 여기 괜히 왔당께. 죽어도 못 건너겄는디 어짜쓰까잉~' 함시롱 유리다리 입구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드라. ㅎㅎㅎ 그거에 비하면 여기는 하나도 안 무섭구만~"


산악회를 10년 넘게 하시며 전국의 명산과 백두산, 중국 장가계까지 다 오르내리셨던 어머님이 출렁다리 건너시다 하신 말씀이다. 출렁다리를 다 건너신 뒤로는 이런 소감을 피력하셨다.


"이 다리를 만들라고 돈도 엄청시리 들고, 사람들이 무쟈게 고생했을 것인디 입장료 받아야 쓰겄다!"


나중에 정식개장하면 입장료가 6천원이라고 하니,

경로는 할인해주지 않겄냐? 하신다.

아~ 어머님은 경로우대를 받으시지~

하지만 일반인은 그 돈을 다 내고 들어가야 하니

입장료 받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진 않겠다고도 하셨다.


걷기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출렁다리 건너서 다니 되짚어 건너가기보다 음악분수 있는 충혼공원과 제방쪽으로 돌아서 수변데크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택하셨다.

"아프기 전에는 이라고 걸어가다보믄 앞에 가는 사람 다 제치고 갈만큼 빨리 걸었는디 지금은 아장아장 걸어야재 예전만큼 빨리 못 걸어야."


하시면서 천천히 걸어가시는 어머님 뒤를 따랐다.


"이런 데가 집 가까이 있으믄 참말로 좋겄다야. 호수 풍경 보면서 천천히 걸은께 겁나게 좋구만~"


산책로 걸으시는 내내 몇 번이나 이 말씀도 하셨다.

오래전 온 식구가 탑정호 놀러온 적이 있어 그때도 이 길 따라 걸었다고 했으나 그 기억은 없다고 하셔서 사진을 찾아봐야겠단 생각도 했다. 그때 관촉사도 가고, 백제군사박물관도 가고 그랬는데...


음악분수를 새로 만든 탑정호 충혼공원은 전과 달라진 풍경들이 많았는데, 공연장 지나서 한켠에 마련된 그믐달 모양의 조형물에 앉으면 멀리 뒤편으로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와 인증샷하기 딱 좋았다.

한 시간 반가량 탑정호 출렁다리와 둘레길을 걸어서 주차장 도착하니 딱 정오가 되어서 가까운 논산시내 반월소바에서 메밀소바와 돈까스로 점심을 먹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30분 정도 기다렸지만 어머님께서도 맛있게 드셔주셔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어머님과 함께라서 더 즐거웠던 탑정호 나들이.

여행기를 마무리하자니

탑정호 제방에 세워진 나무표지판의 시가 떠오른다.

모든 게 활짝 펴지는 '몸에 좋은 피자 열판'

꼭꼭 씹어 드시길~^^

< 몸에 좋은 피자 열판 >


허리피자

주름살피자

가슴피자

내형편피자

어깨피자

내인생피자

얼굴피자

웃음꽃피자

팔다리피자

내팔자피자


* 탑정호의 유래와 석탑, 노래비 이야기

후삼국시대에 왕건이 이곳에 어린사를 세우면서 석탑을 건조하였는데 정자모양을 하고 있어 지명을 탑정지라 불렀고, 여기에서 탑정호 명칭이 유래되었다. 유래설에 나온 어린사에서 옮겨온 석탑 하나가 탑정호 둘레에 있다. 긴 제방을 건넌 산 입구에 세워져 있으며 탑신의 윗부분이 중간에 사라지고 없다.

논산 탑정리 석탑(위치:논산시 부적면 탑정리산 5)은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부도탑(사리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한 묘탑)이다. 본래 현재 저수지에 의해 수몰된 지역에 위치한 '어린사(漁鱗寺)' 라는 절에 있던 것을 일제시대에 저수지 공사를 하면서 옮겼다고 한다.

탑은 기단과 탑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단은 하대석, 간석, 중대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탑신부는 몸돌 각 모서리마다 기둥을 새겼고, 지붕돌은 3단의 층급 받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1층만 남아 있어 원래 몇 층의 석탑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기단의 형식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시대의 석등 양식을 지니고 있는데,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고려 태조가 남쪽으로 견훤을 정벌할 때 이곳에 주둔하여 '어린사'라는 절을 지었다 한다. 또는 후백제때 대명 스님의 부도라고도 전하지만 문헌에 나타난 것은 없다.


유동아 노래비에는 유동아 작사 작곡의 '탑정호 사랑' 2절이 새겨져있다. 그 중 1절만 소개해본다.

탑정호 물결따라 구비구비 돌아서 물새도 노래하는 나 여기 왔네 저 멀리 황산벌은 그대로인데 호수에 맺은 사랑 찾을 길 없네 탑정호야 탑정호야 너는 왜 말이 없느냐

탑정호 산길따라 구비구비 돌아서 산새도 반겨주는 나 여기 왔네 저 멀리 계백장군 그대로인데 사랑했던 사람은 찾을 길 없네 탑정호야 탑정호야 너는 왜 말이 없느냐


* 탑정저수지?

지역주민들에게 오랫동안 '탑정저수지'로 불려온 탑정호는 1941년 착공하여 1944년에 준공하였으며 2차(1974년, 2013년)에 거친 숭상공사(도로를 높인다는 의미)를 실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설규모로 제방은 길이 573m, 높이 17m, 최고수심 12.8m, 만수면적 673ha 이다. 저수용량 3,498만㎡로 논산평야 5,713ha의 논에 관개용수로 공급하며 부속시설로는 텐타게이트 6연, 취수탑 3개소, 양수장, 소수력발전소 등이 있다.


탑정호는 충청남도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로 수질이 깨끗하고 어족자원이 풍부하며 겨울 철새들의 월동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경관이 수려하여 논산시에서 출렁다리, 음악분수, 수변데크, 수변공원 등 수변개발사업을 실시하여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저수지로 논산의 자랑거리이다.

* AR 낚시터

탑정호는 낚시꾼들에게 인기많은 낚시터인데 출렁다리와 음악분수 주변의 제방과 수변은 낚시금지구역이라 사이버 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마련되어있다. 안내판에는 바코드 찍어서 앱으로 AR낚시를 즐기는 법과 이 포인트의 주요 어종이 나와있다. 재밌는 건 절대 휴대폰을 던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빨간 글씨로 쓰여있다는 점이다. 낚시앱 따라서 하다가 많이들 던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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