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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09. 2021

12월의 아침산책

모든 인생은 와중이나,

도중이나, 진행 중에 있다.

삶이 끝나면 더이상 '중'을 쓸 수 없다.

살아서 하는 모든 행위는 '중'이다.

나는 지금 어떤 도중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와중인가?

인생이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아놓은 것이다.


-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 림태주


춥다고 웅크리고만 있다가

아침 일찍 은행일 보러 나온 길에

가까이 있는 동화울 수변공원을 들렀다.

시간여유가 있어

오랫만에 산책이나 해볼까 하고.


벚나무 배롱나무 목련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메타세콰이어 같은 나무들은 잎을 떨구었지만

소나무 조릿대 버드나무는 아직 푸르고

남천잎은 여전히 어여쁜 단풍잎을 달고 반겨주었다.

참새 비둘기 까치 동박새 직박구리 동고비 붉은눈이오목눈이 곤줄박이가 지즐대며 날아다니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공원놀이터에 나와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서로 어울려 놀다가 그런다.


여름 이후론 거의 못 와본 수변공원 광장 한쪽에는 '동화울 사랑채'라는 파고라가 생겨서, 마치 작은 카페처럼 꾸며놓았다.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요기 앉아있으면 열 카페 안 부러운 곳. 미리 알았음 오는 길에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오는 건데 아쉽게도 그건 다음 기회에.  

오늘은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풍경을 폰카에 담은 뒤

사랑채 안에 마련된 360도 뱅그르르 도는 나무의자에 앉아 12월의 아침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산책로 가까이에 있어 산책길에 오다가다 들르며 동네에서 애용하던 J카페(청지기교회에서 마을사람들을 위해 열어둔 개방형 카페. 정수기를 비롯해 에스프레스 커피머신과 다양한 차들을 구비해놓고, 한 잔에 천 원만 내면 고급커피와 차를 셀프로 마실 수 있게 해둔 곳)가 코로나사태로 인해 문을 닫고는, 동네 산책하다 부담없이 들러 목도 축이며 쉬었다 갈 곳이 없던 참에 그 카페를 대신할 좋은 곳을 발견했다. 다음엔 공원 오는 길에 따끈한 커피 한 캔이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겨와야지~


아침에 부지런을 떨었더니,

이렇게 멋진 장소도 발견하고

가을이 떠나기 아쉬운 듯 머물러있는

풍경 속을 직접 걸어볼 수 있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자주 산책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눈호사도 즐겨야겠다.

겨울이 오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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