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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13. 2021

낙동강 700리가 시작되는 풍광

덕암산 상주 활공장

백신 접종 후 3일차 되던 12월 12일에 찾은 상주 활공장.

이곳은 경북 상주시 중동면과 예천군 풍양면에 걸쳐 있는 덕암산 정상에 마련된 활공장이라서 작년에 처음 찾았을 땐 상주시 중동면 쪽에서 올라갔는데, 이번엔 예천군 풍양면 쪽에서 올라갔다.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의 호기심 덕분에 상주 활공장만 알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덕암산도 알게 되었다.   


경상북도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와 예천군 풍양면 효갈리에 걸쳐 있는 덕암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나무가 별로 없는 대신 억새로 뒤덮여 있어 큰 목장처럼 보이는 산이다. 상주시 대부분의 산들이 백두대간을 조산으로 하는 데 반해 이 산은 일월산을 조산으로 한다고 한다.(두산백과 참고)

331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덕암산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효갈리 마을에서는 산에 덤바위(커다란 바위)가 있어 덤바우산이라고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덕을 베푸는 바위가 있다는 뜻의 덕암산(德岩山)이 되었다. 회상리 매골에서는 산이 바르고 곧게 이어져 있다 하여 바른등산이라고 부른다. 사벌국면 매호리와 매협리에서는 밀개같이 밋밋하다고 하여 밀개산이라고 한다. 덕암산에는 '포수가 총을 겨누는 형국이 있다'하여 묘를 쓸 경우 총에 맞지 않게 묘봉을 낮게 쓴다고 한다. 그래서 산길에 만난 묘 하나는 묘봉이 너무 낮다못해 거의 허물어질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런 총을 겨누는 형국때문에 불이 자주 난다는데, 이곳이 상주 유일의 억새산이 된 것은 산불로 인해서라고 한다.

산 꼭대기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상주 활공랜드)이 생기면서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에서 정상까지 도로가 났다. 예천군 풍양면 효갈리쪽 도로는 그 전부터 있던 임도이다. 331m의 낮은 산이지만 특이하게도 이 산에는 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었는데 도로가 나면서 산이 많이 훼손되자 멸종 위기에 처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산의 정상 부근에서 아직까지도 피어있는 개쑥부쟁이를 만나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눈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찾아봤으면 에델바이스도 찾았으려나? (어쩌면 에델바이스라기 보다는 한국의 에델바이스, 조선화융초라고도 하는 솜다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쑥부쟁이
에델바이스

산행을 하시는 분들은 주로 효갈리 효제마을에서 올라가는 편이라고 한다. 마을의 진입로를 따라 가다보면 효제저수지가 나오고 그 옆으로 목장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목장은 오래 전 폐업을 했는지 소는 안 보이고 각종 쓰레기로 가득한 우사들만 즐비하니 있어서 다소 흉물스러웠다.


차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최대한 차를 이용해 산을 오르는 우리는 차를 타고 올라갔는데, 임도 중간쯤에서 일찌감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시는 노부부를 마주쳤다. 만약에 그분들이 차를 타고 내려오고계셨다면 중간에 교행할 공간이 없어서 꽤나 애를 먹었을 뻔 했다.

임도를 오르다보면 중간에 오른쪽으로 덤바우가 보인다는데 차로 슈웅 가서 그런지 발견하지 못했다. 그보단 벚나무가 쭉 이어지던 임도에서 갑자기 왼쪽에 나타난 멋드러진 소나무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차로 5분여를 오르면 왼쪽에 정자가 마련된 정상에 다다른다.

정자 앞의 너른 공간에 차를 세우고, 정자 반대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5분쯤 걸으면 나무들이 사라지고 전망이 트인 공간이 첫번째로 나오는데, 이곳은 활공장이 아니다. 최근 차박전문 유튜버 밍동이 소개했다는 낙동강 조망의 차박지인데, 아침 9시 조금 넘어 도착한 그곳에는 차 두 대가 차박중이었다. 각각 따로 오셨다는데, 한 분은 텐트까지 준비해서 차박을 하셨고, 다른 한 분은 차 속에서 차박을 하셨다. 텐트에서 잔 분은 밤의 별사진과 일출 사진을 찍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이셨다는데, 차에서 잔 분이 9시가 넘도록 안 일어나니 혹시나 질식한 건 아닌가 걱정되서 좀있다 깨워보려 한다고 하셨다. 이곳에 있으면 겨울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차박지에서 조금 더 가면 평평하고 긴 능선상의 상주 활공장에 닿는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덕암산 주변 마을들과 들판, 낙동강, 상주시·문경시·예천군·영주시 구간의 백두대간과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을 360도 휘둘러서 한눈에 볼 수 있다. 상주 활공장은 패러글라이딩 명소인 경기도 양평이나 충북 단양에 비하면 낮은 산이지만 안전하게 ‘사면 비행’을 즐기기 좋다고 한다. 상주의 자랑인 낙동강 700리가 시작되는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며,  덕암산 상주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광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불고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게다가 미세먼지도 약하게 끼어있어서 아쉽게도 전망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었다.

한창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인 능선길을 조금 더 가면 헬기장이 있는 정상에 이르는데 이번엔 여기까지 가진 않았다. 손가락이 얼 것처럼 추워서 활공장에서 주변 풍경 둘러보고, 사진 몇 장 담는 것으로 끝내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그 사이 차안에서 차박중이셨던 다른 한 분도 깨어서 기지개를 펴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금산 덕기봉은 활공장과 차박지가 같아서 활공하시는 분들의 애로사항이 컸지만, 이곳은 차박지로 가려면 활공장과는 반대편 길로 올라야 하고, 활공장과도 뚝 떨어져 있어서 그나마 활공하시는 분들이 크게 불편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은 멋진 풍광에 비해 덜 알려져서 한적한 편인 덕암산이 밍동의 소개로 인해 조만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금산 덕기봉 입구의 관천리 마을처럼 효제리 마을에도 차박금지 현수막이 걸릴까봐 걱정이다. 부디 차박 가시는 분들은 기본매너 잘 지키시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용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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