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Dec 16. 2021

방역패스 '단골식당' 이용기

방역패스 무서워 단골식당 못 가랴

낙동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덕암산은 상주와 예천에 걸쳐있는 산이라서 예천쪽으로 올라가면 내려오는 길에 삼강주막이 있는 삼강문화단지와 뿅뿅다리가 있는 회룡포도 가까워서 함께 둘러보기 좋다.


그리고 회룡포가 있는 용궁면에는

백종원의 3대천왕과 생활의 달인, 생생정보, VJ특공대, 굿모닝대한민국 등 각종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단골식당'이 있다.


2년 전 회룡포를 다녀오면서 '단골식당'을 처음 갔다가, 순대국맛에 반해 그 뒤로도 근처에 갈 일이 생기면 들러서 식사를 하면서 이름처럼 단골이 된 식당이다. 이번엔 순대국도 순대국이지만 그간 매워서 눈길도 주지 않았던 오징어불고기가 땡겨서 덕암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발걸음을 용궁으로 향했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시장길 30에 위치한 단골식당은 본점과 별관이 시장 입구 골목길에 50m정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별관이 대로변에 먼저 보이고, 시장길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본점이 나온다. 본점은 딸과 사위가, 별관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주차하기도 좋고, 새로 지어 시설도 깨끗한 별관을 지나쳐 우리는 늘 그렇듯 오래된 본점으로 갔다. 단골식당은 1955년부터 3대째 이어온 노포인데 그간 방송에 소개된 이력만 따져도 어마무시하다. 또한 본점 식당 내부 벽에 새겨진 유명인들의 방문인증사인만 해도 벽을 한 가득 채울 정도이다.

KBS 2TV 생생정보 905회, 19.09.23. 순대/오징어불고기

6시내고향 6383회, 17.10.13. 오징어불고기/막창순대

백종원의 3대 천왕 34회, 16.04.23. 직화오징어

2TV 생생정보 8회, 15.10.15. 막창순대/순대국

생방송 오늘저녁 77회, 15.03.09. 순대/오징어불고기

생생정보통 990회, 14.11.17. 순댓국/오징어불고기

생방송투데이 1074회, 13.10.28. 순대

굿모닝대한민국 428회, 13.01.16. 순대

생활의달인 358회, 12.11.19. 막창순대

생방송투데이 805회, 12.08.29. 오징어불고기

생활의달인 371회, 13.03.11. 순대

VJ특공대 595회, 11.12.09. 오징어불고기

오전 9시부터 저녁 20:30 까지 당분간 휴일없이 연중무휴로 영업한다고 해서 10시 30분,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있길래, 이 시간에도 기다려야하나? 하면서, 나부터 내려서 식당으로 향하고 남편은 주차하러 갔다. 다행히 식당앞의 사람들은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식당을 둘러보며 커피 한 잔씩 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 식당은 커피 자판기가 식당 오른쪽에 따로 마련된 대기실 안에 있어서 잠시 오해했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젊은 사장님(?)이 방문콜을 해주시라고 한다. 방문콜을 하고 나니, 몇 분이 식사하러 오는지, 접종은 완료하셨냐고 물었다. 두 명이고, 나는 아직 1차만 접종완료했고 같이 식사할 남편은 2차까지 접종완료했다고 하니 그럼 안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먹을 수 있는 식당 안쪽은 2년 전 왔을 땐 모두 장판깔린 좌식으로만 되어있었는데, 이번엔 왼쪽은 그대로 좌식이지만 오른쪽은 리모델링을 해서 의자 위에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쪽으로 가서 투명칸막이가 설치된 식탁에 앉아 남편을 기다렸다. 서빙오신 분이 주문은 남편의 접종완료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할 수 있다고 하여 남편이 와서 바코드로 받아둔 방역패스를 직원에게 보여준 후에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방역패스가 12월 6일부터 시작되었고, 1주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2월 13일부터 적용한다는데 단골식당은 계도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12일에도 철저하게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 일단 안심이 됐다. 미리 방역패스용 바코드를 준비해놓은 남편 덕분에 주문까지 긴 시간 기다리지 않았지만, 별 생각없이 식당을 찾았다간 한참을 기다릴 뻔했다. 실제로 13일에 방역패스 첫 시행을 하던 날, 점심시간 때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방역패스를 급히 다운받기 위해 예방접종도우미 앱을 찾았다가 시스템이 먹통이 되서 전국적으로 난리가 난 일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방역패스 먹통 사태는 계도기간이 끝난 13일 오전 11시45분쯤 발생해 12월 14일까지 이어졌다. 접종증명 인증 처리가 몰리면서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했고, 쿠브 앱과 전자출입명부(KI-PASS) 및 이와 연동된 네이버·카카오의 QR체크인이 생성되지 않았다. 아울러 방역패스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 시민들과 업주간 다툼이 발생하고 검사 대기줄이 생기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접속 장애가 접속량 폭증이 아닌 정부의 방역패스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꼼꼼하게 방역패스를 확인한 뒤에 순대국과 오징어불고기를 주문하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단골식당은 순대국이 따로 나오고 밥은 추가로 시키게 되어있는데, 최초 한 공기만 시키면 그 뒤로 더 시키는 공기밥은 무제한 무료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에 프렌치토스트로 가볍게 먹고 덕암산 꼭대기 상주 활공장에서 추위에 벌벌 떨다가 내려온지라 몹시 배가 고픈 상태여서 둘이 합쳐 공기밥을 세 개나 먹었지만 공기밥 가격은 하나만 계산이 되었다.(따로순대국 7천원, 오징어불고기 만원, 공기밥 천원 = 1만 8천원)

먼저 뜨거운 순대국 국물 한 숟갈을 맛보니~ 캬아~ 역시 이 맛이야! 새우젓을 넣어 간을 더 맞춘 뒤 두툼한 순대와 내장들을 떠먹었다. 건더기가 많은 편이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잡내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이다.(순대국이 식어가면 나중에 약간 잡내가 느껴지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징어불고기는 대파, 고추를 곁들여 양념한 오징어를 직화구이로 요리한 음식인데 불맛이 살아있어서 약간 매워도 참 맛있게 먹었다. 매운 음식 좋아하는 딸이 함께 왔으면 잘 먹었을 텐데 싶어서 오징어불고기는 나중에 추가로 포장했다.


계산하면서

"포장한 오징어불고기를 집에서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젊은 사장님께 물었더니, 전자렌지에 3분 가량 돌리는 것과 후라이팬에 1분 가량 볶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후라이팬에 볶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후라이팬에 볶으면 양념이 다 타지 않겠냐고 반문하니, 포장된 오징어불고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수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후라이팬에 볶아도 양념이 타진 않는다고 했는데, 진짜로 집에 와서 포장을 풀어보니 수분이 제법 배어나와있었다. 오~~~


집에 가져온 오징어불고기는 의외로 딸보다 아들이 더 맛있게 먹었다. 다만 오징어불고기라고 해서 고기도 들어가있을 거라 생각한 아들이 오징어만 있으니 아쉬워하길래, 마침 집에 재워둔 돼지불고기를 볶아서 주니까 오징어불고기랑 함께 밥에 착착 비벼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돼지불고기를 후라이팬에 볶느라, 오징어불고기는 그냥 전자렌지에 뎁혀서 주었는데 한 점 먹어보니 아무래도 식당에서 먹던 맛보단 떨어졌다. 다음에 포장해오게 되면 반드시 후라이팬에 볶아서 먹어야지.


남편이 자꾸 집에선 그렇게 못 만드냐고 성화인데, 66년 전통의 맛집에서 대대손손 내려온 손맛을 일개 주부인 내가 어찌 따라할 수 있겠소? 오징어불고기 땡기면 예천 단골식당으로 갑시다요~^^


* 추가 정보

예천시 용궁면에는 단골식당 외에도 용궁역 주변으로 국밥집이 몰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골식당과 자웅을 겨룬다는 박달식당이 용궁역 앞에 있답니다.

용궁역은 1928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지금도 경북선 무궁화호가 다니는 무인간이역으로, 한쪽엔 폐선로가 마련되어 있어 기찻길을 마음껏 걸어볼 수도 있대요. 기차역 안에는 용궁이란 이름답게 용도 있고, 유명한 토끼간 빵도 있다고 합니다. 용궁역에 대해선 아래 훈이석이님 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요. 이분은 박달식당과 단골식당 두 군데를 다 가보셨는데 개인적으로 단골식당이 더 입맛에 맞더랍니다

http://hun2seok2.egloos.com/m/7376800


용궁역 펌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낙동강 700리가 시작되는 풍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