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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r 31. 2022

산 위에 배가 있다고?

사방기념공원 묵은봉,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잘 된 드라마 한 편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2002)가 수많은 일본인 팬들을 겨울연가 촬영지로 이끌면서부터 입증이 되었다.  


요즘 포항이 북적북적하는 이유는 tvN에서 2021년 8월~10월에 방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넷플릭스에서 16주 연속 1위를 찍으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에 기인한다.


마지막 방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남주 홍두식 역의 김선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좀 시끄럽긴 했지만 잘 일단락되었고, 워낙 드라마 인기가 좋다 보니 '갯마을 차차차'의 주요 촬영지였던 포항이 여행 명소로 뜬 것이다.

포항 구룡포마을에서 찍어 인기몰이를 했던 '동백꽃 필 무렵'(2019)이 종영된 뒤에 얼떨결에 포항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작년 10월부터 홍두식의 집으로 나온 산 위의 배를 보러 가려고 했으나 이래저래 못 가다가 해가 바뀌고서야 다녀왔다.(2022.1.8. 토)


재미난 사실은 남편은 그 배가 곤륜산 위에 있는 줄 알고 곤륜산을 목적지로 해서 가는 중이었는데, 중간에 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화장실 있을 만한 장소를 찾다가 '사방기념공원'을 들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공원 뒷산이 바로 그 홍두식 배가 있는 곳이었다. 어쩐지 사람들이 엄청 그곳으로 몰려들더라니~ 우린 화장실 덕분에 제대로 된 장소를 찾은 격이다.

(입장료 무료, 주차비 무료, 화장실은 전시관 안에 있음)


홍두식 배가 있는 곳은 공원 뒷산의 묵은봉 정상이다. 이곳까지 가는 방법은 총 세 가지다.

1. 산 가운데 난 계단길로 직진. 최단거리 400m - 짧지만 상당히 힘들다. 체력 확인이 가능하며, 동행인의 원망을 들으며 가야 하는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2. 주차장 오른쪽 끝부분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타고 1.5km - 꽤 길지만 동해바다 보며 여유롭게 갈 수 있다.

3. 전시관 2층의 연결통로를 통해 공원으로 간 뒤 왼쪽으로 난 길 따라 800m - 중간에 바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번 정도 경유하면 길이는 더 짧아지며, 포항시와 동해바다 풍광을 모두 즐기며 갈 수 있다

나는 3번으로 가서 1번으로 내려왔다. 추천하는 코스이다. 3번 길로 가면 정상 직전에 마련된 '관해정'이라는 정자에서 멋진 풍광을 보며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게다가 이쪽은 내려오는 사람은 좀 있어도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사회적 거리두기하며 묵은봉 오르기에도 최적이다.

묵은봉 정상에 오르니, 드라마에 나왔던 배가 보였다. 드라마에선 배 안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하던데 실제로 이 배는 작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 보였다. 내부는 아마 다른 세팅된 장소에서 찍은 듯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드라마에서 볼 때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아침엔 일출을, 오후엔 일몰을 보기에도 적당한 장소이고 쫘악 펼쳐진 파란 동해바다는 가슴이 툭 트이게 한다. 드라마 찍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멋진 장소들을 찾아내는지 참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오르기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걸 보니 드라마의 인기가 실감났다. 1월에 이 정도니, 드라마 한창 하고 있던 작년 가을엔 얼마나 많이들 왔을까 싶었다.


사방기념공원은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꽤 보이는 곳으로 초록 잔디에 생기가 돌고 꽃 필 때 오면 공원 자체만으로도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전시관은 화장실 이용할 때만 들어가 봤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고, 전시실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여유되시는 분이라면 사방사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도 둘러보시면 좋을 듯하다.


* 사방기념공원은?

한국에서 근대적 사방사업(산에 나무를 심고 강둑을 높이는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공사)이 시작된 지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2007년 11월 7일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 개장하였다. 오도리 일대는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연인원 360만 명이 총면적 4500ha를 단기간에 녹화하여 사방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대표적 지역으로 알진 곳이다.(연중무휴)

사방사업 기술의 변천사와 각종 자료들을 모아놓은 3개의 전시실과 다목적 영상실을 갖춘 사방전시기념관, 실제 시공 현장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야외 사방 시설 및 삼국시대 석실묘와 석곽묘 등을 전시해놓은 문화유적 전시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시간 : 오전 9시 30분~ 오후 5시. 입장료는 무료)


* 가는 길에 여주인공 윤혜진(신민아 분)이 운영하던 '윤치과'도 들르게 되었다. 해안도로 타고 가다 바다 멀리로 보이는 풍경이 멋져서 들어간 항구가 우연찮게 그 윤치과가 있는 오도항이었다.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는 듯했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막 사진들을 찍고 있어 뭐지? 하고 보다가 알게 되었다.

오도항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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