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총책임자였다가 종전 후 1급 국제 전범으로 수배되자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15년에 걸친 끈질긴 추적으로 1960년 마침내 체포되었다. 그는 예루살렘 나치 전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962년에 처형되었다. 법정 최후진술에서 아이히만은 말했다.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저 신 앞에서는 유죄지만 이 법 앞에서는 무죄다."
그러자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며 이렇게 말했다.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죄... 그것이 피고의 진짜 죄다."
미국 <뉴요크>지의 특파원으로 이 재판을 참관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생각 없이 남의 생각대로 산 것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가장 큰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