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제1회 수상작 『불량 가족 레시피』부터 시작해 오늘날 청소년들과 호흡하는 소설을 폭넓게 발굴해 온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공모전의 2019년 아홉 번째 수상작은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이었다.
관계의 굴레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까지 중2인 다현이의 여정이 담겼다. 교실에서 펼쳐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의 풍경, 그러한 관계를 겪어 내는 화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하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만 놓고 보면 작가가 10대나 20대일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보면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사람들이 놀란다는 황영미 작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글에 그녀가 단 글이 '베스트'가 될 정도로 댓글 다는 심정으로 시작된 이 작품 '체리새우'를 쓰기 위해 작가는 시내버스에서, 서점에서, 산책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섬세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의 결을 채집하기 위해. 그렇게 해서 관계의 피로함에 지친 '좀 이상한 그 애'들의 마음에 가닿을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오늘은 그녀의 작품 '체리새우'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좋은생각 2022년 2월 '실패학' 코너에 실린 그녀의 글이 울리는 바가 커서 소개해본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패배의 맷집'을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김치를 담글 때면
남편에게 "제발 김치는 사먹으면 안 되냐?"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살림도 못하는데, 다른 직업을 가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일이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었다. 2005년에 엄마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해 처음 장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읽고 쓰는 일은 나에게 일용할 영혼의 양식이자 마음 치유의 방편이었다. 긴 호흡으로 몰두할 일이 생기니 슬픔도 죄책감도 견딜 만했다.
그러니 공모에 떨어지는 게 무슨 대수인가.
물론 발표가 나는 날, 명단에 내 이름이 없으면 속상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대략 이틀만 지나면 감정이 수습된다. 다시 쓰면 되니까.
이런 세월이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사이 나는 웬만한 실패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늘 그랬다. 나는 소중한 것들을 실패 없이 그냥 얻은 적이 없다. 패배에 대한 맷집이 있으니 잘나간다 싶을 때도 우쭐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성공과 실패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승승장구하다가 중년에 추락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배울 수는 없다.
작가 생텍쥐페리의 기도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고난 패배, 좌절은 인생에 주어진 당연한 덤이다. 우리는 그로 인해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