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가 누구인지 거의 확실하다고 뜨는 걸 보며, 착잡해진 마음을 달래느라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를 살살 걸었다. 창밖의 하늘은 깜깜했고,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4시 조금 넘어서,
패자가 된 대통령 후보가 당사 기자회견장에 나와 자신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뒤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는 기자회견장을 천천히 나갔다.
1%도 안 되는 근소한 격차라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큰 분이었을 텐데,
그로 인해 선거 후폭풍으로 국민분열이 일어날까 더 이상 왈가왈부할 수 없게끔 깨끗하게 마무리지으며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분이 저런 분이었구나!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선을 택해 투표했던 나였지만, 그분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서야 왜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그분을 지지하고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3월 10일,
오늘자 좋은 생각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움직임 간식 >
무언가 생각하고 연구해야 한다면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 가볍게 걷거나 움직이는 편이 효과적이다.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몸속 혈액을 효율적으로 돌게 하여 뇌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5년 넘게 이어진 항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서는 런던의 소음과 가족들 때문에 새로운 생물 이론을 세우는 데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1842년, 조용한 곳으로 이사한 다윈은 집 주변에 400미터 자갈길을 만들어 하루에 네다섯 번씩 걸으며 이론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 길을 '생각하는 길'이라 이름 붙였다.
과학 저널리스트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말했다.
"함께 움직이면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가 흐려져 협력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움직임은 서로와 연결된 느낌을 줍니다."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힘을 주어 몸을 움직이면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또한 몸의 무게 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근육을 강화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인다. 따라서 일상에 더 많은 움직임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운동 문화를 이끄는 무브냇(MovNat)은 '움직임 간식'을 제안했다. 틈틈이 간식을 먹듯 일상에 간간이 움직임을 섞으라는 것이다. 엎드려 기기, 손을 이용하지 않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다시 앉기, 한 다리로 균형 잡기, 손가락 끝으로 문간에 매달리기 등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움직임 간식이다. 이는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 안에 쌓여 몸의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 <움직임의 뇌과학>, 갤리온 / 이은애 기자
우연찮게도
내가 좋은 생각을 읽기 전에 한 행동이
움직임 간식을 활용한 것이었다.
베란다를 걸으며 헛헛한 마음 다독이기.
[ 작은 움직임이 선행해야 큰 변화도 온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을 선택하는 시간은
결국 내게 가장 좋다. - 신지혜 ]
그래, 오늘은 좀 더 움직이자
나에게 '움직임 간식'을 주며 불안감을 떨어트리고, 자존감을 높이자.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거나, 버린다 버린다 하면서 바보스럽게 끌어안고 있던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비우거나, 어질러진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내게 좋은 변화가 올 것이다.
어찌 됐든 오늘은 오늘의 새로운 태양이 뜨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마음에 안 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성내거나 불평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