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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r 14. 2022

봄비 내리는 계족산 황톳길

숲속에 울려퍼지는 클래식의 선율


바싹 마른 세상에 걷잡을 수 없이 큰 산불이 일어나 강원도와 울진을 집어삼키는 동안 모두가 간절하게 원하던 비가 드디어 3월 13일에 내렸어요.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비를 집에서만 보기엔 아까워서 가까운 계족산으로 아침 일찍 봄비맞이를 떠났답니다.



계족산은 황톳길이 유명해요. 제가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도 계족산 황톳길을 찾아와 멋진 글을 남기셨길래 함시인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지요.


https://m.blog.naver.com/malgmi73/222532427192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가장 기억에 남는 걷기 여행길 10선'과 '5월에 꼭 가 볼만한 곳'에 선정되었고, '한국 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된 명품길이에요. 또 여행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도 선정되었고, KBS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대표적인 맨발 걷기 장소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2019.4.

2010년에는 유엔환경어린이회의에 참석한 100개국 500여명의 외국 어린이들과 세이셸공화국 미셸 대통령이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극찬을 했으며, 2018년에는 14개국 주한대사, 상무관, 외교관 가족 등 40여 명이 맨발걷기 체험을 했어요. 2019년 3월에는 '세계기자대회'에 참석한 50개국 7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계족산 황톳길에서 맨발걷기 체험을 하고,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한국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을 세계만방에 알리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유일하게 14.5km의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이자,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맨발축제를 하는 곳이어서 한국을 넘어 전세계인이 건강을 위해 찾는 에코힐링 관광 명소가 된 곳이 바로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이랍니다.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 입구~원점 삼거리~임도 삼거리~절고개 삼거리~원점 삼거리~장동산림욕장 입구로 이어지는 14.5km의 길이에요. 넉넉하게 4~5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인데요, 중간쯤 나오는 계족산성을 오르지 않는 이상 매끄럽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답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부드러운 황톳길을 맨발로 밟으면 발가락 사이사이로 주욱쭈욱 파고드는 찰진 황토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요. 황토에는 미생물을 품은 효소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몸의 순환작용을 돕는다고 해요. 그래서 황톳길을 걷고나면 마구마구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답니다.

계족산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429m) 황톳길이 잘 관리되고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산책이나 소풍을 가기에도, 운동 삼아 걷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그래서 새벽이든 밤이든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어느 때나 계족산을 찾는 이들이 많답니다. 그렇다고 산이 자빠질 정도로 사람들이 엄청 몰리진 않아요. 지방에 있는 산이라서 적당히 거리두기하면서 즐길 수 있으니, 요즘같은 코로나 극성수기에도 마음 편하게 찾아가 볼만한 곳이지요.

2020.5.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이 황톳길이 처음부터 계족산에 있었을까요?

오우~ NO~~ 그럴리가요!

딱 봐도 명품 황톳길이 저절로 생겼을리가 없지요.

그럼 누가 이곳에 황톳길을 만들었을까요?


계족산 황톳길은 2006년, (주)맥키스컴퍼니라는 대전지역 기업이 사재를 털어 2만여톤의 황토를 깔아 지금까지 매년 수억을 들여 관리를 해오고 있어요.(원래 '선양주조'였는데 2013년에 이을 맥 脈과 키스 Kiss를 결합해서 맥키스컴퍼니로 회사이름이 바뀌었답니다)

엔지니어에서 벤처 사업가로, 벤처 기업인에서 소주 회사 경영자로 변신에 성공한 맥키스컴퍼니의 창업주 조웅래 회장이 맨발 걷기를 몸소 하시다가, 맨발 걷기의 효능에 반해 2006년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그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진행해온 '선양마사이 마라톤 대회'는 2011년 '계족산 맨발축제'로 이름을 변경해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학과 문화예술 축제로 방향을 잡아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답니다.

계족산 맨발축제는 가족과 함께 14.5km의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달리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전 세계 유일의 맨발문화축제로 자리잡으며, 축제가 열리는 5월이면 전세계에서 2만여명이 몰려와 함께 즐기는 대전의 대표축제가 되었답니다. 맨발축제는 5월에, 황톳길 맨발 마라톤대회는 10월에 열리는데, 2020~2021년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어요. 올해는 부디 하면 좋겠어요.

또한 4~10월까지 매주 주말 계족산 숲속음악회장에서 맥키스오페라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과 사진전시회, 맨발도장찍기, 사랑의 엽서 보내기 등 다채로운 주말 무료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황톳길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이 뻔뻔한클래식 공연은 아이들과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삼대가 함께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음악회라 대전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이 음악회도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열리지 않다가 2020년 가을부터 재개되었어요. 계족산에 가시면 황톳길로 에코힐링하시고,

4월부터 주말마다 숲속에서 열리는 뻔뻔한클래식으로 눈과 귀도 호강하시는 멋진 시간을 가져보세요~^^

참, 계족산에는 황톳길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명품 100리 숲길과 장동산림욕장도 있고, 사적 제355호인 계족산성도 있지요. 산을 따라 나있는 임도는 MTB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 임도의 일부를 황토로 덮어 만들어진 길이 황톳길이랍니다.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황토의 부드럽고 찰진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어제 내린 봄비로 촉촉해진 계족산 황톳길을 걸으시면 건강을 챙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직 3월이라 발이 시려울 수 있으니,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황톳길 걷고나서 세족장에서 발을 씻으신 뒤에 발 닦을 수건도 꼭 챙겨가세요!)



* 맥키스컴퍼니 오페라단과 정진옥

맥키스컴퍼니 오페라단은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피아노 등 단원 8명으로 구성된 클래식 공연단이에요. 계족산 숲속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시민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공연을 하고요, 문화소외지역과 계층을 찾아다니며 2007년 창단 이후 연간 150회 무료공연을 하는 '찾아다니는 클래식'의 신기원을 열었답니다.

 

이 음악회를 이끄시는 맥키스컴퍼니 오페라단의 정진옥 단장님은 50이 넘으신 나이에도 20대 동안미모로 좌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신 분이에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들만 한다는 소주광고를 몇 년째 하시는 50대 최고령 소주모델이시기도 하구요, SBS 예능프로 스타킹의 '동안 미녀' 특집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소개되신 분이세요. 그런데 이분이 진정 아름다운 것은 단지 출중한 외모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그분의 열정이랍니다.

이화여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성악 유학을 다녀온 뒤 대학원에 진학하고도 10년 동안 무대 없이 계속 음악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좌절하지 않고 노래 연습에 몰두했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시면서도 기회되는대로 지역의 여러 문화축제에서 공연을 하셨어요.(저는 2006년쯤 대전시민천문대에서 주최하는 별음악회를 통해 이분을 처음 만났답니다) 맥키스컴퍼니 오페라단 창단 이후 10년간 한 해에 150회씩 공연을 해오셨다니, 이런 끈기와 노력이 오늘날의 정진옥 단장님을 만든 것이겠지요.

정진옥 단장님은 뛰어난 소프라노 실력뿐만 아니라 클래식에 유머와 춤 등을 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세계 기자들이 모인자리에 초청받아 갔을 땐 외국기자들이 뻔뻔한클래식 공연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한국을 품위 있고 위트 있는 나라로 기억할 것이라고도 했다네요.


* 계족산은 어떤 곳이죠?

420m의 계족산은 대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계룡산(845m)의 절반쯤 되는 높이에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산이랍니다. 계족산은 대전 외곽 동쪽에 자리하고 있고, 맞은편인 서쪽에 계룡산이 자리하고 있지요. 재밌게도 대전을 포근하게 둘러싼 이 두 개의 산 이름에 '닭 계(鷄)'자가 들어가요. 대전(大田)의 옛날 이름이 한밭, 즉 큰 밭을 뜻하니 큰 밭을 사이에 두고 닭들이 에워싼 형상이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계룡산은 닭의 머리, 계족산은 닭의 다리로 풀어내기도 한답니다. 계족(鷄足)이 '닭의 발'이라는 뜻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죠? 저는 계족산을 '닭발산'이라고 부르곤 해요. 그런데 원래부터 대전 사람들은 계족산을  '닭다리산' '닭발산'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계족산 중턱에 순환 임도가 마치 닭의 다리 또는 닭발을 닮았다나요? 산 아래 있는 송촌 선비마을에 지네가 많아 지네와 천적인 닭을 이름에 붙였다고 하네요.


문득 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닭이봉'이 생각나요.

채석강과 격포항이 양쪽으로 내려다 보이고, 서해 앞바다의 위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는 ‘닭이봉 전망대’ 를 남편과 함께 종종 찾는데요, 닭이봉이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가 계족산과 비슷하답니다. 닭이봉 아래 격포 마을이 지네 형국을 하고 있어 재앙이 끊이지 않자, 지네와 닭이 상극이라는 점을 생각해 사투봉에 족제비 형상을 세우고 닭이 봉쪽을 바라보게 했더니 재앙이 사라져서 이후로 ‘닭이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거든요.

닭이봉에서 본 격포항과 채석강


* 계족산성이 궁금해요~

계족산성(사적 제355호)은 계족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산성이랍니다.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8년 발굴을 통해 6세기 경 신라에서 쌓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성안에서 발굴된 토기 조각 대다수가 신라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길이 1200m에 높이 7~10m로 복원된 일부 성벽만으로도 그 장대한 규모를 엿볼 수 있어요.

대전 북동쪽에 자리한 계족산은 넓은 분지를 품은 데다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길목으로 전략적 요지였음을 알 수 있어요. 임도에서 계족산성으로 오르는 산길은 바위도 있고 약간 가파르지만, 몇 년 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길을 정비했어요. 20분 정도만 오르면 계족산에서 가장 높은 곳인 계족산성 위에서 대전을 바라볼 수 있어요. 대전의 둘레산들과 대전역 주변,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즐비한 대전시 곳곳, 그리고 눈이 시원해지는 대청호수까지 한눈에 보인답니다. 계족산성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대전팔경에 들어가는 멋진 곳이니, 황톳길 걸으신 뒤 계족산성에도 꼭 올라가보세요~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봄비 내리는 계족산 황톳길 풍경 구경하세요. 마음 속까지 촉촉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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