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구청에서 밭을 갈아준 지 얼마 안 되어 흙이 부드러워서 호미만으로도 감자 심을 두룩을 만들 수 있었다. 딱 한 이랑만 만들어서 간격 맞춰 감자를 심고 나니 온몸이 먼지투성이에 땀벅벅. 빈 땅에 친환경비료 남은 걸 뿌리고 호미로 긁어서 한 번 헤집어놓고 돌아왔다.
성취감은 있었으나 몸이 아직 덜 나은 상태에서 무리했나 며칠 골골하고, 그 뒤로 한동안 비가 내려서 냅두고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날이 점점 푹해져서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4월 23일에 모종과 씨앗을 준비해 오랜만에 다시 텃밭행.
그 사이 감자싹이 나기 시작했고,
내가 뿌리지도 않았는데 지 혼자 알아서 시금치랑 쪽파랑 옥수수싹이 자라고 있었다.
튼실하게 자란 시금치는 마침 밭에 나오신 이웃과 나눠서 수확하고, 풀 뽑고 이랑 만들며 밭정리를 한참 했다. 심기좋게 다듬어놓은 밭에 적상추 청상추 아삭이상추 치커리 들깨 가지 토마토 모종을 심고, 밭 한켠에 상추씨 시금치씨도 제법 뿌려두었다.
물조리개 작은 것밖에 없어서 페트병 두 개에다 물을 받아다 모종과 씨앗 심은 곳에 흠뻑 주느라 수도와 밭을 몇 번씩 오갔더니 쉽사리 만보 돌파!
이제 심은 것들 말라죽지 않게 물 주러 열심히 텃밭 다녀야겠다.
밭일 다 끝내고 호미랑 신발이랑 씻으러 수돗가에 갔다가 저 위쪽 개인밭을 얻어쓰시는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텃밭하면서 오고가다 알게 된 분의 부인이셨다. 오늘 첫 수확하셨다면서 어린 상추잎과 쪽파를 엄청 나눠주셨다. 남편분도 나눠주기 좋아하셔서 많이 얻어먹었는데 부창부수라고 부인분께서도 나눔이 자연스러우셨다.
옆단지 사시길래 집에 돌아갈 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함께 걸어갔다. 해진 어두운 밭길을 함께 걸어 집으로 돌아갈 사람이 생겨 참 좋았다. 올해 이렇게 또 새로운 텃밭인연을 만났다.^^ (갓 딴 싱싱한 수확물들 나눔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