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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09. 2022

바람이 머무는 추풍령역과 급수탑공원

충북 영동여행

KTX가 생기면서 전국의 많은 간이역이 문을 닫았지만 지역색을 가미해 색다른 간이역으로 거듭나며 인기를 끄는 곳들이 있는데요, 군위의 화본역과 봉화의 분천역에 이어 오늘은 추풍령역과 급수탑공원을 소개할게요.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역에는 목가적 분위기의 급수탑이 있어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답니다.


추풍령역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해서, 1970년 경부고속국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였다고 해요.

경부선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으로 박공형 기와지붕의 옛 역사는 2003년도에 철거되었지만, 반세기를 함께한 추풍령역 급수탑과 1979년도에 준공된 추풍령 고개비는 여전히 새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래됨과 새로움, 빠름과 느림의 공존으로 아름다운 백두대간과 어울리는 간이역이지요.

추풍령역 급수탑은 경부선을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철도 급수탑 중 유일하게 평면이 사각형으로 되어 있어서 독특한 외관을 보이고 있어요. 표준화된 급수탑 유형이 정해지기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보존상태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총탄 흔적도 남아있어 그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2003년 등록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어요.

표준형 급수탑 화본역 / 표준형 이전 급수탑 추풍령역


영동은 노근리평화공원 앞의 굴다리에도 총탄흔적이 남아있어 전쟁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지역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급수탑을 돌아보며 총탄흔적이 어딨나 찾아보았는데, 노근리 굴다리처럼 따로 표시를 해두진 않아서 급수탑 출입문 위의 이 하얀 게 총탄흔적이 아닌가 짐작했답니다.

추풍령역 급수탑의 전체적인 입면 구성은 기단부, 기계실, 물통의 3단 구성으로 다른 급수탑의 구성과 비슷하며, 기계실 내부에는 당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펌프가 있다는데 문이 잠겨있어서 직접 볼 수는 없었어요. 급수탑 외부에는 급수에 필요한 물을 끌어들인 연못 등 급수탑과 관련된 모든 시설물들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요.

급수탑 주변에 꼬마기차가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있고, 추풍령중학교 학생들이 공공미술프로젝트로 공원 입구에 귀여운 인스타그램포토존과 기차모양 솟대등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기에도 좋은 곳이랍니다.

그런데 추풍령역과는 철로로 나뉘어져있어서 역에서 바로 갈 수 없고, '추풍령역 급수탑공원'으로 가야 직접 볼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세요. (자동차 이용시 내비에 주소를 '추풍령역 급수탑'으로 찍으세요)



* 추풍령 고개는 어떤 곳이죠?


추풍령이라 하면 “구름도 자고 가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고개” 라는 유행가 가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대표적인 백두대간의 고갯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험준한 지형은 아니랍니다. 때문에 조선시대에 '추풍역'은 일본 사신과 조선의 사신이 청주를 경유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이었어요. 그러다 1970년 경부고속국도가 개통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개이자 교통량이 많은 고개가 되었어요.


과거에는 그 이름 때문에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에 갈 때 이 고개를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하여 넘어가기를 꺼려했다고도 해요. 하지만 추풍령은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백령'으로 불리며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민초들의 상징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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