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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20. 2022

넙죽이와 육남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대한민국이 생기고, 정부가 그동안 쭉 펼쳐온 여러 정책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 '산아제한정책'일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원색적인 구호가 그 당시 정책을 대표하는 내용이다.


성공한 산아제한정책때문에 오늘날 우리나라는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1996년부터 30년간 해온 저출산정책을 사실상 폐지했고, 그 뒤부터 출산장려를 하기 위해 들어간 국가예산만 15년간 380조라는데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여전하다. 그간 안해본 방법이 없을 만큼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폈어도, 사람들이 아기를 안 낳는 것은 아무래도 이제 시대의 추세가 그렇게 된 듯하다고 하다. 아기 안 낳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를 살고 있기 대문이라고.


1971년 한해 신생아만 100만명, 1970년대 평균 출생아 수가 한 가구당 6명이었다고 하는 통계수치를 보면 "아~ 옛날이여~!"를 외치게 되는데, 우리 어머님이 바로 그 평균 자녀수에 해당하는 6남매로 자라신 분이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한 분씩 계시고, 아래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를 두셨는데, 아래 두 동생들만 빼고는 터울이 제법 졌다고 한다. 어머님이 일곱 살 때 영광이모가 태어나고, 영광이모 일곱 살 되던 해 독천이모가 태어났다니 여섯 살 터울인 셈이다.


"우리 형제가 터울이 길다본께, 엄마가 애기 낳을 때까지 엄마 젖을 먹으며 자랐지야. 그땐 뭐 간식거리가 있길 하냐? 밥이 푼하길 하냐? 그란께 젖도 안 나오는 엄마 빈 젖을 먹고 있으믄 다 크도록 엄마젖 먹는다고 동네할머니들이 와서 흉을 봤단다. 그람 부끄런 줄은 알아서 뒤안으로 엄마 치맛자락을 끌고 갔재. 지금도 그때 기억이 똑똑히 난당께."


"저도 막내동생이랑 여섯 살 터울인데, 제가 일곱 살에 학교를 갔거든요. 학교 갔다오니까 엄마가 가운뎃방에서 애기 낳고 계셨던 게 생각나요."


사남매인 나는 형제들이 모두 2년 터울이라, 막내동생이 태어나던 날의 기억이 난다. 할머니가 산파노릇을 하시며 분주히 방과 마루와 부엌을 오가셨고, 다른 가족들은 숨죽인 채 아기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장면이.


"그때는 애기 낳고 나믄 첫국밥을 하얀 쌀밥으로 지어서 산모한테도 멕이고, 바로 위 형제도 데려다 먹였어야. 그래야 시샘 안 하고 애기가 병치레없이 잘 큰다고~ '젖떼기'라고 하재. 엄마가 영광이모 낳던 날, 나를 불러다 앉혀놓고 첫국밥을 먹게 하는디 귀한 쌀밥이 나온께는 내가 한없이 먹고 있드란다. 몸푼 엄마 먹을 것도 안 남기고 다 먹을 뻔했단디 엄마는 차마 그만 먹어라 소리도 못하고 보고 있으셨재. 맨날 보리밥만 먹다가 하얀 쌀밥이 얼마나 맛있었겄냐? ㅎㅎ"


"동생들이랑 서너살 터울인 애들은 학교에 애기를 업고 오기도 했어야. 기저귀천으로 만든 애기띠로 동생을 등에 업고 수업도 듣고, 학교 끝나면 같이 고무줄하면서 놀기도 했재. 우리반에 넙이란 친구가 하나 있었어. 이름은 김영애라고 따로 있는디, 얼굴이 넙하니 생겼다고 해서 집에서나 친구들끼리는 넙이라고 불렀재. 넙죽아~ 김넙죽! 하고"


"학교에서 수업할 때 애기가 울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조용하니 있드라~ 얌전히 있응께 학교에 데리고 왔겄재. 지금도 기억이 나는디, 가을에 산길에서 주운 도토리를 넙죽이 동생 손에 쥐어준께 잘 갖고 놀더라. 나는 동생들이랑 터울이 커서 학교에 애기 업고 갈 일은 없었는디, 그땐 어린 동생 봐줄 이가 없응께 학교에 데리고 오는 애들이 많았재. 나처럼 육남매면 형제가 적은 편이고, 보통 구남매였재, 더 많은 집은 열도 넘고"


"그 넙죽이란 친구분하고 지금도 연락하세요?"


"따로 연락은 안 하고 살아도 소식은 알재. 강진 읍내서 채소전함시롱 살고 있다드라."


한 반에 학생수가 60명이 넘었고,

한 학년이 20개 반이라 오전반 오후반까지 하던 시절, 집에선 엄마들이 아기 볼 짬도 없이 일을 해야 해서 학교 가는 딸에게 어린 동생을 업혀 보내던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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