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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05. 2022

거기? 찢어진 고무신 신고 올라갔지야~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하늘에 가장 가까이 모셔진 부처님이라는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높이 8.6m)은 구정봉 정상 너머에 있다.


월출산전남 영암과 강진의 경계를 이루는 명산으로 기암괴석이 많아 남한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봉인 천황봉 (811m)과 구정봉 (738m), 향로봉 (744m), 사자봉 (668m), 장군봉 (523m)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구정봉은 봉우리 정상에 9개의 우물모양 웅덩이(구정: 九井)가 있고, 서북쪽 암벽에 마애불 좌상이 새겨져 있는데, 높이 8.6m에 달하는 거대한 마애불은 구정봉의 해발 높이까지 더해져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모셔진 부처님이라고 한다.


국보 144호이기도 한 월출산 마애불좌상은 구정봉 정상에서 600m 내려간 위치의, 멀리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서북쪽 암벽에 새겨진 높이 8.6m의 마애불로, 오른쪽 무릎옆에는 87㎝(설명판에는 90cm)의 동자상이 새겨져 있다. 이 선재동자상은, 미륵을 만나 법을 구하는 순간을 새겨 놓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통일신라말에서 고려초기에 조성된 월출산 마애불좌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거불로 웅장하고 패기가 넘치며, 현재에도 감히 따라 갈 수 없 는 대작이라고 한다. 나도 찰리님이 올리신 사진을 본 순간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월출산 마애불을 상견하려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구정봉 정상을 넘어가야 하는데, 강진 월남리에서 구정봉을 넘어가는 험난한 등반길로 인해 일반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다. 이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월출산 구정봉 암벽에 마애불이 위치해 있어서 천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완벽하게 보존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붉은 화살표가 마애여래좌상 있는 위치


월출산 무위사 아래 월하리가 고향이시고, 국민학교 다니실 때 학교 소풍은 뻑하면 월출산 넘어 도갑사, 천황사로 가셨다던 어머님 말씀이 생각나 어머님도 그 마애불을 보셨을까 싶어서 여쭤봤다.


"어머님~ 어리실 때 월출산 너머로 소풍 많이 다녔다고 하셨죠?"


"그랬재. 학교가 월출산 아래 있응께 봄가을 소풍때마다 월출산 꼭대기까지 걸어올라가서 너머에 있는 도갑사나 천황사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월출산을 비잉 돌아서 왔지야."


"그럼 그때 구정봉 아래 암벽에 새겨진 부처님도 보셨어요? 마애불좌상이라고 하던데..."


"부처님? 봤재! 학교에서 경포대로 해서 구정봉까지 한나절 내 올라갔다가 거기 꼭대기에서 밥묵고 내려올 때는 천황사로 해서 오는디, 구정봉 가다보면 돌벽에 엄청나게 커다란 부처님이 새겨져있지야. 바로 가도 못한께 멀리서 바라만 봤재. 구정봉에는 큰 우물같은 것이 아홉 개 있어가꼬 그것도 구경하고~ 그 아래로는 깊은 굴이 있는디, 거기 웬 남자랑 여자가 있더라. 거기서 산가 어짠가는 모르겄고."


"와~ 거길 어릴 때 걸어서 가셨다구요?"


"그람! 고무신 신고 홀딱홀딱 뛰댕김시롱 갔재. 내가 어릴 때도 산이 좋았나벼~ 산에 가믄 그라고 재미지고 신나드라. 한 번은 그라고 가다가 고무신 코가 짝ㅡ 찢어져가꼬, 선생님이 집에 가믄 아부지한테 신발 좀 새로 사달라고 해라~ 그러싱께 내가 얼마나 여럽든지(부끄럽든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믄 얼굴이 빨개진당께. 코 찢어진 고무신은 신도 못하고 산에서 내려옴시롱 자꾸 미끄러진께 책보에 싸가꼬 맨발로 집에 걸오온께는 할머니가 헝겊대고 실로 꼬매주시더라. 그라고도 한참을 더 신었재. 그때는 신발이 귀했응께."



모르긴 몰라도 찰리님은 제법 괜찮은 등산화 신고, 등산스틱도 쥐고 그렇게 힘들게 오르셔서 보았을 월출산 구정봉 마애불좌상을 어머님은 찢어진 고무신 신고 올라가서 보시고, 내려올 때는 맨발로 걸어오셨다니~~ 진짜 옛날분들 체력은 정말 짱이시다.


"어머님~ 그 마애불 아래 동자상도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보셨어요?"


"잉? 동자상? 그런 게 있었어? 모르겄다~ "


"여기 사진 보시면 마애불 오른쪽 무릎 아래에 작은 부처님처럼 생긴 부조상이 있어요. 이게 선재동자상이래요."


"난 본 기억이 없다. 그란 것도 있었구나."


아마 어린 시절이고, 그땐 산에 나무가 더 무성했을 때라 주의깊게 보시진 않으셨나 보다. 찰리님 글 마지막에 월출산 마애불좌상에서 마주보이는 언덕에는 약 2미터 높이로 자연석 위에 조성되어 있는 삼층석탑도 있다고 해서 그것도 보셨는지 여쭤보니 그것도 본 기억이 없다고 하셨다.


마애불좌상과 약 200m 떨어져서 마애불좌상과 정면으로 마주 하고 있는 석탑을 한눈에 바라보다 보면, 구정봉 아래에 거대한 마애불과 석탑을 조성하였을 당시의 염원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언젠가 나도 그 풍경을 직접 볼 날이 오려나? 월출산을 처음 인식하고 본 게 9살 때였는데, 그 뒤로 40여년이 흐를 동안 여전히 올라보지 못한 월출산을 언젠가는 꼭 올라가서 사진으로만 봐온 멋진 풍경들을 꼭 내 눈에 담고 싶다.


어머님께서 예전처럼 건강하시면 앞장서서 나를 인도하실 텐데, 이젠 그리 험난한 산은 오르실 엄두를 못 내실 상황이 된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 때 가실 수 있는 곳들 자꾸 모시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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