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Nov 16. 2022

칠공주네 애 돌린대~

어머님이 신혼살림을 시작하신 성남에는 딸이 일곱이나 되어서 칠공주네라고 불리던 집이 있었다고 한다. 70년대, 그때만 해도 아들 아들 하며 아들을 선호하던 시절이라 아들이 나올 때까지 자식을 낳다 보니 딸만 일곱인 집들이 꽤 있었단다.

그집에서 애기 낳는다는 소리가 들리면

"칠공주네 애 돌린대~~~!!!"하는
소리가 동네방네 떠들썩하니 퍼지고,

"이번엔 아들이 나올랑가?"
하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칠공주네 집 담벼락에 모여들어 귀를 쫑긋 세우고 응애~하는 아기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고 한다.

포대기에 애기 업고 나온 새댁부터 지팡이 짚고 나선 할머니, 출근길에 뭔 소식 있나 궁금해서 출근준비하고 나선 아줌마 아저씨, 등교길의 학생들까지 칠공주네 담벼락 아래 모여서는 다들 아들이 나오길 함께 빌었단다.

그렇게 칠공주네가 애기 낳는 날은
동네사람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아들이 나올지, 딸이 나올지를 관전포인트로 해서 지켜보는 것이 그 마을의 연중행사가 되었다.

아들이 나올 때까지 애기를 낳다보니, 배에 바람 빠질 날 없던 칠공주네 엄마가 일곱 번째 딸을 낳던 날은 아빠도 울고, 엄마도 울고, 부부가 붙잡고 엉엉 울면서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단다. 일곱 번의 쓰라림을 맛본 뒤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다음 해에는 포대기고 기저귀고 옷이고 애기물건을 하나도 장만하지 않은 채 아기를 낳았더란다.

그런데 이것이 뭐시여?
떠억~~하니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칠공주네 할머니는 돈지갑을 들고 호르륵 시장에 달려가서 애기옷이랑 애기물건부터 사들고 오셨고, 동네에 경사도 그런 경사가 없었단다.

"칠공주네가 지하에 머리 빗는 빗공장을 하고 있어서, 돈은 있는 집이었거등~ 그랑께 아들 손주 나왔단 얘기를 듣자마자 할마씨가 돈다발을 들고 가서 그라고 애기물건을 당장 사왔재."

 그리하여 드디어 '칠공주네'가 '팔남매네'가 되었지만 여전히 동네사람들은 '칠공주네'라고 불렀다고. 2006년 KBS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딸 부잣집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서 칠공주의 '칠'은 일곱 명의 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매의 돌림자를 의미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아무리 셈을 해도 내 머리로는 셈이 안 맞아서 어머님께 질문을 했다.

"어머님~ 처음부터 그 집이 딸을 일곱쌍둥이로 낳지 않는 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렇게 차례대로 차근차근 낳았을 텐데, 왜 다들 칠공주네라고 부른 거예요?"

"그라긴 그란다만 내가 시집가서 본께 다들 그라고 부르더라~"

"그럼 그집 막둥이 태어날 무렵에 아범도 태어난 거예요?"

"아범은 칠공주네 일곱째랑 비슷한 시기에 낳았고, 막둥이는 아가씨들 또랜디 누구랑 같은 연배인지 잘 모르겄다."

"칠공주네 엄마는 딸만 줄줄이 낳았다고 그땐 구박받으셨을지 몰라도, 나중에 다 키워놓고는 딸들 덕분에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도 가시고 즐겁게 사셨겠네요."

"하기사 딸 많은 집들이 재미지게 살더라. 딸들이랑 여행도 가고, 뭔 가족모임도 하고. 아들만 있는 집은 재미가 없어~. 안 싸우면 다행이고."

"요즘 같은 저출산시대에 상 받으셔야 할 분이 칠공주네였네요. ㅎ ㅎ ㅎ "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이 0.808명인 오늘날(2021년 기준) 칠공주를 낳고 아들까지 팔남매를 낳으셨던 그 분은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실까. 아무쪼록  지금은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계시길 빌어본다.


칠공주 펌이미지
이전 16화 머우대 다듬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