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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공주네 애 돌린대~

by 말그미

어머님이 신혼살림을 시작하신 성남에는 딸이 일곱이나 되어서 칠공주네라고 불리던 집이 있었다고 한다. 70년대, 그때만 해도 아들 아들 하며 아들을 선호하던 시절이라 아들이 나올 때까지 자식을 낳다 보니 딸만 일곱인 집들이 꽤 있었단다.

그집에서 애기 낳는다는 소리가 들리면

"칠공주네 애 돌린대~~~!!!"하는
소리가 동네방네 떠들썩하니 퍼지고,

"이번엔 아들이 나올랑가?"
하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칠공주네 집 담벼락에 모여들어 귀를 쫑긋 세우고 응애~하는 아기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고 한다.

포대기에 애기 업고 나온 새댁부터 지팡이 짚고 나선 할머니, 출근길에 뭔 소식 있나 궁금해서 출근준비하고 나선 아줌마 아저씨, 등교길의 학생들까지 칠공주네 담벼락 아래 모여서는 다들 아들이 나오길 함께 빌었단다.

그렇게 칠공주네가 애기 낳는 날은
동네사람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아들이 나올지, 딸이 나올지를 관전포인트로 해서 지켜보는 것이 그 마을의 연중행사가 되었다.

아들이 나올 때까지 애기를 낳다보니, 배에 바람 빠질 날 없던 칠공주네 엄마가 일곱 번째 딸을 낳던 날은 아빠도 울고, 엄마도 울고, 부부가 붙잡고 엉엉 울면서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단다. 일곱 번의 쓰라림을 맛본 뒤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다음 해에는 포대기고 기저귀고 옷이고 애기물건을 하나도 장만하지 않은 채 아기를 낳았더란다.

그런데 이것이 뭐시여?
떠억~~하니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칠공주네 할머니는 돈지갑을 들고 호르륵 시장에 달려가서 애기옷이랑 애기물건부터 사들고 오셨고, 동네에 경사도 그런 경사가 없었단다.

"칠공주네가 지하에 머리 빗는 빗공장을 하고 있어서, 돈은 있는 집이었거등~ 그랑께 아들 손주 나왔단 얘기를 듣자마자 할마씨가 돈다발을 들고 가서 그라고 애기물건을 당장 사왔재."

그리하여 드디어 '칠공주네'가 '팔남매네'가 되었지만 여전히 동네사람들은 '칠공주네'라고 불렀다고. 2006년 KBS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딸 부잣집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서 칠공주의 '칠'은 일곱 명의 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매의 돌림자를 의미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아무리 셈을 해도 내 머리로는 셈이 안 맞아서 어머님께 질문을 했다.

"어머님~ 처음부터 그 집이 딸을 일곱쌍둥이로 낳지 않는 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렇게 차례대로 차근차근 낳았을 텐데, 왜 다들 칠공주네라고 부른 거예요?"

"그라긴 그란다만 내가 시집가서 본께 다들 그라고 부르더라~"

"그럼 그집 막둥이 태어날 무렵에 아범도 태어난 거예요?"

"아범은 칠공주네 일곱째랑 비슷한 시기에 낳았고, 막둥이는 아가씨들 또랜디 누구랑 같은 연배인지 잘 모르겄다."

"칠공주네 엄마는 딸만 줄줄이 낳았다고 그땐 구박받으셨을지 몰라도, 나중에 다 키워놓고는 딸들 덕분에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도 가시고 즐겁게 사셨겠네요."

"하기사 딸 많은 집들이 재미지게 살더라. 딸들이랑 여행도 가고, 뭔 가족모임도 하고. 아들만 있는 집은 재미가 없어~. 안 싸우면 다행이고."

"요즘 같은 저출산시대에 상 받으셔야 할 분이 칠공주네였네요. ㅎ ㅎ ㅎ "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이 0.808명인 오늘날(2021년 기준) 칠공주를 낳고 아들까지 팔남매를 낳으셨던 그 분은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실까. 아무쪼록 지금은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계시길 빌어본다.


칠공주 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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