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Apr 08. 2021

윤기 좔좔 동백기름을 어떻게 얻냐면~

껍질을 두 번 까야 돼

서천 마량 동백나무숲에 사월 들어 동백꽃이 한창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몇 년 전 어머님 모시고 가족들이 모두 구경 갔던 게 생각났다. 어머님은 꽃들 중에서도 유난히 동백꽃을 좋아하신다.

"어머님~ 전에 서천 가셔서 본 동백나무숲 기억하세요? KBS 영상 보니까 지금이 한창 이쁠 땐가 봐요."

"그라든? 동백꽃은 핀 것도 이삐지만 진 것도 이뻐야~ 빠알간 꽃이 투ㄱ툭 떨어져서 나무 밑에 쫘악 깔려있는 거 보믄 참말로 이삐재. 시집오기 전에 봄날 밭 매다가 집 앞에 있던 동백나무 아래 꽃들이 떨어진 거 보면서 이삐다 이삐다~ 했재."

"저두 동백꽃이 후두둑 떨어져서 융단처럼 깔린 풍경 보는 게 좋더라구요. 해남 공룡화석지 나온 우항리에 커다란 동백나무숲이 있었는데요, 학교에서 소풍 가다 보면 딱 그맘때 동백꽃이 피었다 떨어져서 아주 볼만 했어요. 어머님은 언제부터 동백꽃을 좋아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재. 집 앞뒤로 다 동백나무가 있어서 봄 되믄 제일 먼저 피는 꽃이 동백꽃이라, 그거 보고 자라서 그란가 나는 동백꽃이 제일 좋더라. 지심도 놀러 갔을 때 본께 거기 동백꽃이 참말로 이삐더라. 여수 오동도 동백꽃도 좋고"

"동백꽃 좋아하신 지 정말 오래되셨네요. 지심도 동백꽃은 어머님께서 하두 좋다고 하셔서 언제 한 번 가보고 싶긴 해요. 근데 배 타고 들어가야 해서 아범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

"배를 얼마나 타간? 쬐끔만 타고 들어가믄 되는디~ 동백꽃은 꽃도 이삐지만 쓸모가 많재. 인자 7월 백중 때 되믄 동백 열매가 빨그스름하니 익거든? 그람 동그란 열매를 소쿠리에다 따서, 마당에 널어 말린단마다. 어지간히 마르믄 도팍(돌)이나 망치같은 걸로 겉껍질을 깨부숴. 그람 그 안에 까만 씨앗이 들어있는디, 그 속껍질을 또 까믄 노란 알맹이가 나오지야. 그거를 기름집 갖고 가서 짜믄 동백기름이 되재. 그 기름이 샛노래가꼬 진짜 색이 이쁘단다."

"동백기름이 그렇게 해서 나오는 거였어요? 저는 동백나무 열매 그대로 기름집 가서 짜는 줄 알았네요."

"호두나 밤처럼 껍질을 두 번은 까야 쓰재. 동백열매가 익을 무렵엔 장사치가 돌아댕김시로 까만 알멩이만 사가기도 했어야. 동백기름 짜온 거는 할머니가 잘 두셨다가, 어디 나가실 때나 손님 오시는 날 손바닥에 덜어서 쪽진 머리에다 가르마 탄 양쪽으로 싹싹 바르믄 윤기가 좌르르 흘렀재."

"옛날분들은 그렇게 멋을 내셨네요. 동백기름도 향이 좋아요?"

"뭐 요즘 나오는 향수 같은 향은 아니다만 식물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나재."

꽃말이 '진실한 사랑,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인 동백꽃.
이런 동백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의 삶을 살펴보면, 자식을 향한 진실한 사랑으로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험난한 인생사를 헤쳐오셨다. 또한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오셨으니 참 꽃말 그대로의 삶을 사셨구나 싶다. 식목일 주간을 맞아 어떤 나무를 심을까 고민했는데, 동백나무 묘목을 알아봐야겠다.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동백나무를 집 근처에 심어 잘 가꿔서 멀리 가시지 않고도 동백꽃을 보시게 하고 싶다.


* 동백기름의 용도가 머릿기름에만 국한되진 않았을 것 같아 동백기름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동백 씨에는 식용기름이 함유되어 있으며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식용유로도 사용하고, 동백기름은 화장품 원료에도 쓰인다.

동백잎과 동백꽃은 염료에도 이용한다. 동백은 매염제로 널리 쓰여 왔는데, 지치나 꼭두서니로 물을 들일 때에는 알루미늄 매염제로서 동백잎을 태운 재를 사용한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한반도(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충청남도, 황해도), 대만, 일본, 중국에서만 자라며, 생장은 다소 느리나 7-18m에 지름이 30-50cm씩 자라며 수명이 길어서 수백 년씩 간다. 튼튼한 나무이나 추위에는 약하며 해풍에는 특히 강하다. 바닷가에 동백나무숲이 군락지를 이룬 이유가 이 때문인가 보다.

겨울에는 수분을 도와줄 곤충이 없어 향기보다는 강한 꽃의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 받이를 한다. 주로 섬에 많은데 동으로는 울릉도, 서로는 대청도까지 올라간다. 육지에서는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 춘장대 것이 가장 북쪽이고, 내륙에서는 전북 고창의 선운사 경내에서 자라는 것들이 가장 북쪽에 위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전 19화 넙죽이와 육남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