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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n 24. 2022

싸이월드 하시나요?

아무튼, 싸이월드 1편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대중성을 자랑했던 SNS 싸이월드(Cyworld).

모두의 공간, 추억이 쌓이는 세상을 모토로 하는 싸이월드는 흔히 '싸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이버(cyber)를 뜻하면서, 동시에 '사이,  곧 '관계'를 뜻하기도 하는 개인 가상 공간이다.


1999년 9월 창업 당시 싸이월드는 클럽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다음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2001년 미니홈피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존의 클럽 중심 서비스에서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로 변화하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싸이월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2004년 한 해만에 1000만 가입자를 달성하였고 이 후 2009년 기준 4000만명의 가입자 수를 기록하며 인기 SNS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카메라와 폰카가 대중화되면서 개인이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려 소통하는 오픈형 블로그가 태동하여 인기를 얻던 시기와 맞물렸던 것이 특징이었다. 싸이월드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기존에 인기를 끌던 프리챌, 버디버디, 세이클럽 등은 쇠퇴하게 되었고, 싸이월드 서비스에 포함된 '미니홈피'는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 사용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싸이월드에서 파생된 인터넷 문화는 단순한 네티즌들만의 문화로 그치지 않고 2000년대를 상징하는 시대적 문화가 되었다. 2007년 10월 19일, 전 세계에 타전되는 미국의 뉴스전문방송 CNN은 싸이월드를 한국의 앞서가는 IT문화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SNS의 유행에 따라 점차 쇠퇴하다가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던 싸이월드가 2022년 4월 2일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다시금 싸이월드에 올려두었던 추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제 21살 18살인 두 아이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과 일상이 풋풋하게 남아있는 곳이 바로 싸이월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이월드를 주제로 한 책이 있다.

[아무튼, 싸이월드]


82년생에 05학번 작가 박선희는 우리는, 아니 나는 왜 그렇게 싸이월드를 하고 살았던 걸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미니홈피에 접속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그날의 감상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날들. '싸이월드는 내 일부였고 분신이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한창 싸이월드에 빠져있었던 20대 초반, 마치 거울 보고 단장하듯이 수시로 싸이월드 프로필을 바꾸고, 미니미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첩이나 게시판 폴더를 정리했다. 매일 방문자 수를 확인했으며, 방명록 댓글도 정성껏 달았다. 특별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칭 문학도의 고뇌를 담은 자의식 과잉의 글을 수없이 써서 올리며, 싸이월드의 작은 미니 홈피 안에서 정말로 '살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녀는 남들이 다 블로그로 페이스북으로 넘어갈 때도 싸이월드를 끝까지 지켰다. 치명적 사랑 이후에 연애를 포기한 비운의 로맨티시스트처럼 싸이월드 이후로 그녀는 어떠한 SNS에도 그다지 애착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싸이월드 중독 이야기를 듣던 한 친구는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게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는데, 네트워킹과 속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자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그녀가 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안 하며 독야청청 고고하게 홀로 살아가려 하는지 납득을 못 하던 친구였다.


그랬다. 그녀는 싸이월드를 사랑했고, 싸이월드를 잃었으며, 아직 그를 잊지 못한 여자였다. 다른 어떤 SNS도 당시와 같은 열정을 쏟을 수 없어진, SNS 회의론자가 돼버린 비련의 여인.


그때 누군가 말했다.


“이건 그냥 말로 끝낼 게 아니라, 책을 한 권 써야 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 정리해도 챕터가 열 개는 넘을 거라 는 둥, 싸이월드만으로도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 거 라는 등 황당무계한 수다를 이어가던 친구들은 이 책의 저자로 그녀를 지목했다. 싸이월드에 중독됐던 게 확실해 보이며 그로 인한 후유증을 여전히 떨치지 못했기 때문에.


'일촌'이란 희한한 용어를 처음 들었 던 그때처럼, 작가는 처음에 실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싸이질로 책을 쓰라니!'

강남대로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외쳐보라는 느낌이었다나? 그런데 친구들과 헤어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를 신나게 걸으며 귓가에 쟁쟁했던 웃음소리와 폭풍 수다의 여흥이 서서히 걷히자 한 가지 궁금증이 싹텄단다. '잠깐만....'

그때부터 엄청난 속도로 자란 생각의 씨앗이 그녀에게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묻고 있었다. '싸이월드라고 해서 안 될 건 또 뭐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려 걸음을 멈췄다. 미니홈피 방문자가 처음으로 0에서 1됐던 그 순간처럼・・・ .

'아무튼, 싸이월드?'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고 한다. 우정과 호의와 연대 그리고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추억으로부터.



* 2편에서 책 내용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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