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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n 25. 2022

싸이월드 추억의 BGM

아무튼, 싸이월드 2편

속물주의자가 사람을 브랜드로 분류하고 책덕후가 사람을 책장으로 짐작하듯이, 싸이월드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를 BGM으로 가늠했다고 한다. 사실 난 애들 키우기 바쁠 때라 BGM까지 까는 세심함을 탑재할 때가 아니어서 이 부분이 꽤 새로웠다. 싸이월드로 검색하다 보면 주요 검색어에 싸이월드 BGM과 인기 순위목록이 뜨는 걸 보면  그 시절 상당히 핫했던 아이템인데 그걸 몰랐다니~

작가는 노래에 따라 사람의 유형을 분류했다고 한다. 이자벨 마랑과 유니클로가 다른 것처럼 보르헤스를 읽느냐 하루키를 읽느냐는 달랐고, 라디오헤드를 듣느냐 웨스트 라이프를 듣느냐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BGM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내용이 재밌어서 그 부분을 옮겨보았다. 내가 만약 BGM을 깐다면 어떤 노래로 했을까?^^

누구나 알던 당대의 대중가요나 댄스곡을 BGM으로 해두는 이들 중에는 대체로 성격 좋고 원만한 스타일이 많았다. 하지만 독서 목록에 자기계발서만 잔뜩 있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줬다. 사람은 좋은데, 진짜 인생은 모르는 느낌이었다.


팝이나 월드뮤직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대개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했다. 특히 일본 가요를 BGM으로 해놓은 사람은 미니홈피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귀여움 속에 엑스재팬의 다크함과 영화 <러브레터>의 센티함을 동시에 가진 느낌이었다.


뉴에이지형은 자기애와 자아도취 성향이 강하고 감상적이며 유약한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이를테면 한 학기 내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술자리 때마다 울었는데 계속 군대는 안 가는 유형. 송별회만 몇 달째 하다 지쳐서 군대 가긴 가냐고, 입영 통지서 온 건 확실하냐고 짜증 내게 되는 그런 스타일이랄까.(이 부분 정말 깊이 공감했다. 20대엔 누구나 이런 남자 동기나 선후배를 한 번쯤 만나게 되니까^^ )


인디밴드형, 하드록형은 예술적 감식안에 대한 (아무도 몰라주는) 자신만의 철학과 자부심을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이 중에서 나는 뉴에이지와 인디밴드를 적당히 오가는 유형이었다. 여기저기서 유키 구라모토와 이루마, 스티브바라캇이 울려 퍼지고 롤러코스터와 루시드폴, 라디오헤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시절이었다. 이런 음악이 밀란 쿤데라나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알랭 드 보통 같은 작가들과 함께 당시 대학가를 풍미했다. 주변 선후배와 친구들을 따 라서 그런 감성 코드를 익힌 뒤 싸이월드 BGM을 세팅했고, 태어날 때부터의 내 취향인 양 여겼다. 취업한 이후에도 그 시절 들었던 노래가 위선적인 사회 생활 뒤에 가려진 진짜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 아무튼, 싸이월드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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