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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n 30. 2022

장마철엔 자두!

올해도 6월에 어김없이 찾아온 장마.

내가 사는 지역은 6월23일 목요일부터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한 달에 걸쳐 내린다는 장마가

그 장대한 서막을 올렸다.


봄가뭄이 유난히 길었던지라

매일 텃밭에 다니며 물을 주다가

이제 한동안 밭에 안 나가도 되겠다고 하니,

비 내리는 걸 보시던 어머님이 말씀하신다.


"밭에 나는 것들도 맨날 사람이 주는 물만 받으면 땅이 점점 굳어져서 못 써야. 하늘에서 내린 비를 맞아야 땅도 촉촉해지고 작물도 잘 자라재. 하늘에서 내려야 약물이여!"


어머님 말씀처럼 약비 맞은 텃밭의 채소들이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얼마나 쑥쑥 자라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장마철이 되면 다른 과일들은 비에 젖으면서 단맛이 떨어지거나 쉽게 물러져서 맛이 없어지지만, 자두만은 빗속에서도 향과 맛을 잃지 않는다.


중학교 다니던 때,

장맛비가 엄청 거세게 내리던 날

하교길에 학교 앞에서 자두를 싸게 팔길래

집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한 봉지를 사들고 간 적이 있었다.


환갑을 넘기신 할머니께서 드시기에

딱 좋게 말랑말랑한 자두가 얼마나

달고 맛있었던지,


"오메~ 뭔 자두가 이라고 달다냐?

손녀덕분에 시상에서 젤 맛난 자두를 먹어본다잉~"


하시며 활짝 웃으시던 할머니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장마철이 되면 난 꼭 자두를 사곤 한다.


그저께 장봐서 오는데

마침 마을 사거리 횡단보도 안쪽

어중이떠중이 뭔가를 팔 게 있으면

아무나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곳에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한 분이

먹음직스런 자두를 팔고 계시길래

한 바구니 사왔다.


시골집에 심어둔 자두 나무 세 그루에서

올해 엄청 자두가 많이 열려 식구끼리 먹기엔

너무 많아서 팔러 나왔다고 하신다.

크기는 자잘해도 당도는 높다고 하시는데

한눈에 봐도 싱싱하고 탱글탱글해보였다.

바구니에 담긴 거 외에도 덤으로 몇 개를 더 집어넣어주셔서 제법 묵직해진 자두 한 봉지를

집으로 들고 와서 씻어서 식탁에 올려놓으니

새콤한 맛을 즐기시는 어머님께서 맛있게 드신다.


"아따, 자두가 맛이 딱 들었네. 맛나다."


장마철엔 역시 자두가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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