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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5. 2022

양장피가 뭐다냐?

화장실 휴지가 다 떨어져서

차 갖고 나온 김에 휴지 사러 롯데마트에 갔다.

마트 가면 늘 그렇지만

장보기 목록을 정해두고, 딱 그것만 사야지~

해놓고도 할인률 높은 제품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수산물 코너에서 민물장어 세일하길래 그것도 사고, 굴비 특별할인하길래 그것도 한 두름 사고, 노르웨이 직송 연어를 30% 할인한다니 그것도 냉큼 사고~


논우렁을 사? 말아?

병어도 세일하네~ 근데 좀 작다.

고등어는 세일 안 하나?

하다가 카트를 들여다보니...

뭐가 이렇게 많아?


안 되겠다 싶어서 얼른 발길을 돌려서 휴지코너로 가는 길에 정육점 앞을 지나는데 눈이 저절로 멈춘다. 장조림하기 좋은 홍두깨살을 세일한다니 얼씨구나~ 담고, 제육볶음하기 좋은 뒷다리살도 가격이 착하니까 이런 거 안 담으면 손해고~ 에~ 또 스테이크 세일?

워~워~ 이제 그만!


자꾸 고기로 향하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탁 때려서 제지하고는, 눈 질끈 감고(?) 다시 휴지코너로 가는데...

아이 참 , 이번엔 즉석요리 코너.

마트 간 시각이 오후 5시 전인데도 벌써 타임세일하는 식품들이 보인다. 그중에 양장피가 똬악~~~!


결혼 전 회사 다닐 땐 동료들과 종종 먹던 음식인데, 매콤한 겨자소스가 내 입엔 잘 안 맞아서 결혼하며 회사를 그만 둔 뒤로는 먹을 일이 없었던 중국음식이었다. 무려 20년 넘게 안 먹었구만~


종종 마트 식품코너에 있는 걸 봤어도 별로 손이 안 갔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사고 싶어졌다. 풍성한 양이라, 따로 저녁반찬 준비하지 않아도 이거에다 밥 먹을 수 있겠다 싶은 계산이 뇌리에 번쩍인 거였다.


그리하여 양장피까지 카트에 넣은 뒤에야 드디어 오늘의 목적상품인 생활용품 코너 제일 끝에 있는 휴지 30롤짜리 하나를 들고 계산에 임했다.


휴지 하나만 샀으면 예상되는 지출이, 무려 8배로 늘어나는 마법을 계산서로 확인한 뒤 집으로 와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는데, 방에 계시던 어머님께서 부엌으로 나오셨다.


"어머님~ 오늘 저녁엔 양장피 먹어요~"


"양장피? 그게 뭐다냐?"


"중국음식이에요. 중국집 가면 사람들이 탕수육 다음으로 많이 시키는 게 양장피인데 모르세요?"


"그란 것이 있는지도 몰랐단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당께. 양장피는 해산물 이름이라냐?"


"글쎄요, 오징어나 새우도 들어가긴 하는데 양장피 자체는 해산물은 아닌 거 같던데 잠시만요~"


네이버앱을 켜고  양장피를 찾아보니,

전분으로 만든 얇은 판을 두 겹으로 겹쳐서 만든 것을 양장피라고 부른단다.


"어머님~ 전분으로 만든 거래요. 여기 이거 보이시죠? 얇은 중국당면처럼 생긴 거요. 이거 이름이 양장피라네요."


"그래? 희한하게도 생겼다잉~ 내 생전 먹어봤어야 알재. 어디 한 번 먹어보자!"


마침 남편도 퇴근해 들어와서 학원수업 간 둘째만 빼고 네 식구 모여앉아 양장피를 먹는데, 올만에 먹는 겨자소스는 역시나 콧속을 매캐하고 만든다. 늘 드시던 김치도 요즘 맵다고 하시며, 매운 맛에 민감하신 어머님은 괜찮으시려나... 걱정이 되서 여쭈었다.


"어머님, 매콤하니 콧속이 얼얼한데 괜찮으세요?"


"아따, 상큼하니 좋다! 이 맛에 먹는구만~"


아마 딸도 양장피는 처음 먹어본 음식일 텐데 의외로 맛있다며 잘 먹었다. 앞으론 종종 사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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