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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26. 2022

팔도강산 바지

가성비짱 여름바지여, 이젠 안녕?

에~ 이 바지로 말할 것 같으면

텃밭을 막 시작한 7년 전

종종 가던 옆동네 슈퍼 앞에서


"골라~ 골라~ 한 장에 삼천 원!"


을 외치던 꽃무늬 칠부 여름바지로

통기성이 좋고, 가비얍고, 무엇보다

값이 싸서 냉큼 샀던 바지올습니다.


좋아라~ 하고 입고 댕기니

시어머님께서 보시곤,


"아따, 그 바지 시원해 보인다!"


하시길래,


"어머님도 한 벌 사다드릴까요?"


하곤 후딱 또 옆마을 슈퍼로 가서

무늬가 다른 걸로 두 벌을 사서 드렸지요.

그래서 한 몇 년,

어머님과 고부간에 커플룩으로  잘 입고 댕겼쥬.

이른바 고부룩 완성!^^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 입기도 제가 더 많이 입고,

입고 댕기기도 제가 더 많이 댕긴 것 같은데,

제 바지는 아직 멀쩡하건만 어머님 바지는 허리밴드가 늘어나고, 보풀이 일어나는 바람에 어머님은 한 3~4년 입고는 버리셨답니다.


한때 고부 커플룩이었던 꽃무늬 바지를  이제는 저 혼자 입고 댕기는 바지가 되었는데요, 그 바지가 워낙 편하다 보니 올 여름  남편과 이곳저곳 여행 다닐 때마다 입고 나가고, 심지어 친정 갈 때도 그 바지를 땔렁 꿰입고 갔더랍니다.


어머님 생신날,

코로나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집 밖에서 식당을 잡아 외식하기로 하고 나가려니 급 고민이 생겼어요. 그동안 격식 갖춰 옷 입고 나갈 일이 없어 옷을 신경 안 썼더니 마땅히 입고 나갈 바지가 없더라굽쇼.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에이~ 생판 모르고 무쟈게 어려운 사람 만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입던 거 입자!' 하구선, 요 바지를 다시 꺼내입었지요.


그렇지만 그래도 말입니다,

혹시나 어머님께서 간만에 식구들 모이는데 너무 안 차리고 가는 거 아니냐며 뭐라 하실까봐 나가기 전에 어머님 앞에서 선을 보여드렸습죠.


"어머님~ 저 이 바지 입고 나가도 될까요?"


약간의 걱정과 우려를 담아 여쭸더니

어머님 단번에 하시는 말씀,


"아따, 그 바지 입고 팔도강산 다 누비고 다니든만, 어쨌냐? 입고 가거라~"


해서,

이 바지가

팔도강산 바지가 되었습니다요^^


날이 추워지면서 가을 겨울 옷 꺼내고

여름옷 집어넣느라 이 바지를 상자에 넣다가

생각나서 읊어봅니다.


내년에도 이 바지를 입을 수 있을까요?

올 여름 제가 살이 팍팍 찐 관계로

밴드가 확 늘어나 버렸지 뭡니꽈~^^;;

내년엔 다른 아줌마 바지를 준비해야 할까 봐요~


골라~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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