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바지는 아직 멀쩡하건만 어머님 바지는 허리밴드가 늘어나고, 보풀이 일어나는 바람에 어머님은 한 3~4년 입고는 버리셨답니다.
한때 고부 커플룩이었던 꽃무늬 바지를 이제는 저 혼자 입고 댕기는 바지가 되었는데요, 그 바지가 워낙 편하다 보니 올 여름 남편과 이곳저곳 여행 다닐 때마다 입고 나가고, 심지어 친정 갈 때도 그 바지를 땔렁 꿰입고 갔더랍니다.
어머님 생신날,
코로나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집 밖에서 식당을 잡아 외식하기로 하고 나가려니 급 고민이 생겼어요. 그동안 격식 갖춰 옷 입고 나갈 일이 없어 옷을 신경 안 썼더니 마땅히 입고 나갈 바지가 없더라굽쇼.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에이~ 생판 모르고 무쟈게 어려운 사람 만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입던 거 입자!' 하구선, 요 바지를 다시 꺼내입었지요.
그렇지만 그래도 말입니다,
혹시나 어머님께서 간만에 식구들 모이는데 너무 안 차리고 가는 거 아니냐며 뭐라 하실까봐 나가기 전에 어머님 앞에서 선을 보여드렸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