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에 하는 행사 가운데 어머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 가랫불 넘기였다. 같은 전라도이고 강진과 해남은 바로 이웃해있는데도 이렇게 풍속이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해준 보름행사이기도 하다.
사실 강진과 해남은 쓰는 사투리도 좀 다르다. 유튜브에서 엄청나게 인기있는 막강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핸숙이의 일기'에 나온 사투리는 해남에서 주로 쓰였던 말들이다. 그래서 그 동영상을 고향친구들 단톡방에 공유했을 때 친구들은 깔깔대며 어린 시절 생각난다고 막 웃었는데, 가족방에 공유했을 때 어머님은 재밌어 하시긴 했지만 사투리 가운데 잘 모르시는 단어가 나보다 더 많으셨다. 우슬재 하나 사이로 이렇게 말이 달라지는구나 싶었다.(보면 뒤집어지는 극강 전라도 사투리 '핸숙이의 일기는 끝에~^^)
하여간 이번에 알게 된 가랫불 넘기에 대해 며칠 전 저녁을 먹으며 어머님께 좀더 소상히 알려주시라고 부탁을 드렸다.
"어머님~ 가랫불 넘기 할 때 대나무만 태우신 거예요?"
"어찌케 그거만 넣어서 태워지겄냐, 생죽인디? 가지대 피마자대 같은 거를 가을에 갈무리해서 잘 말려놨다가 생죽이랑 같이 모닥불 만들어 태웠지."
"피마자대요?"
"아주까리대라고도 하지야. 여린 잎으로 나물도 해먹고, 옛날에 여자들 쪽진 머리할 때 머리에 바르던 기름으로 쓰느라 많이들 키웠거든. 동백기름은 귀항께."
흔히 아주까리로 알려진 피마자 기름은 알고보니 다양한 효능이 있었다. 변비치료, 모발건강, 피부보습제, 통증완화, 무좀치료, 상처치료에도 오랫동안 쓰여왔다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특히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줘서 탈모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데 그동안 머릿기름으로 쓰이는 거로만 알고 있었다.
"가랫불 넘기는 새벽같이 했다면서요?"
"잉~ 그랬지. 아침 차려놓고 일찌감치 깨워서 가랫불 넘어라~ 하면 눈 비비고 눈꼽 띰시로 나와서 폴딱폴딱 뛰어넘었지야, 나이 먹은 만큼. 지금은 바지라도 입고 댕기지, 옛날엔 여자가 어디 바지를 입냐? 치마 입고 불 위를 뛰느라 혼났당께."
"예에? 치마를 입고 뛰어요? 어떻게요?"
"우리 땐 치마가 무릎 밑에까지 차게 입었거등. 무릎 아래 치렁한 치마짝을 허벅지 위로 걷어올려서 사타구니 가운데로 거머쥐고 뛰어넘었지. 옷 불에 안 붙게."
"힘드셨겠다. 저는 바지 입고 불 위를 뛰어댕겨도 옷 많이 태워먹었는데, 치마자락 붙잡고 나이만큼 뛰려면... 참 몇 살까지 가랫불 넘기를 하신 거예요?"
"결혼하기 전까지 했응께, 스무 해도 넘게 뛰었구나야. 나이만큼 뛰어야 무병장수한다고 어른들이 하라고 하싱께"
"헐~ 스무 번도 넘게 그러구 뛰셨어요? 대단하시다! 애들만 뛰었어요?"
"어른들도 뛰었지. 그란디 우리 엄마나 할머니가 뛰신 기억은 안 나고, 남자어른들만 뛰어넘은 거 같은디.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어떻게 뛰는지 가르쳐주시느라 이렇게 뛰는 거다~ 하고 뛰는 시늉을 해보이시며 가랫불 위를 뛰어넘으시던 기억만 나는 거 봉께."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악귀를 쫓느라 가랫불에 생죽을 넣은 거라면서요?"
"대나무 탈 때 마디가 딱딱 터지는 소리가 엄청 컸지. 우리도 뛰다가 깜짝깜짝 놀랐응께. 우리집은 뒤안이 다 대나무밭이라 쓱쓱 베어다 썼지만 없는 집은 대나무 없이도 했어야. 콩대 가지대 아주까리대로만 쌓아올려서~. 대나무가 비싸서 부잣집 아니고서야 어디 사다 쓴다냐? 대나무 한 다발만 팔아도 돈이 얼만데? 가랫불에 쓰는 대나무도 좋은 거 말고 팔기 어려운 거로만 골라서 비어다 썼재"
"다행히 그 귀한 대나무가 어머님 고향집엔 밭을 이루고 있었네요~ 저희집도 지금이야 집앞에 심은 대나무가 스스로 번쳐서 울타리처럼 에워쌌지만 어릴 땐 큰집에만 대나무가 있었지, 우리집엔 없었어요. 대나무 귀했죠~"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집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으셨단다. 농사를 많이 지어서 대농에다가, 집 뒤꼍에 대나무 심어서 대밭도 이루고, 과실나무도 빙 둘러 심고... 그렇게해서 부자 소리 들으며 살았다는디, 일 안 좋아하고 노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하나씩하나씩 팔아먹으며 가난해졌다고 하더라. 그래도 사람들이 대나무 사러와서 그거 팔믄 돈이 좀 됐지. 츄럭도 몰고 와서 베어갔응께."
"그 옛날에 트럭이 있었어요?"
"멀리서 사러 오는 사람은 츄럭이 있어야 그걸 옮겨가재~ 가까이 사는 사람은 묶어서 질질 끌고 가기도 하고."
"아~ 그랬구나. 그 대밭이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어 아쉽네요. 지난 번에도 해남 가면서 외할머니 산소 들르느라, 그 앞에 어머님 고향집 돌아봤는데..."
"나 시집 가기 전에 대나무밭 다 폴고, 그 집도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남한테 폴고 광주로 올라가셨응께 지금은 추억만 있지야. 그래도 니가 친정 갈 때마다 들러서 사진 찍어서 보내준께 좋더라. 옛날 생각도 나고~ "
"저도 한 번씩 들러보면 좋은 걸요. 그 위에 무위사도 들러서 돌아보고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구요~"
"그려~ 댕길 수 있을 때 자주자주 댕겨라. 해남도 자주 댕겨오고~ 늙어서 힘빠지면 가고 싶어도 못 간께."
대극과에 속하는 피마자는 우리에게 아주까리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피마자기름은 아주까리씨를 짜서 낸 걸 말합니다. 건강 효능이 워낙 많아 아주 오래전 시대부터 활용되어 왔지요. 오늘 그 놀라온 효능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조심해야 할 사항도 알려드립니다.
피마자유의 주 성분은 리시놀산입니다. 거의 90%에 가까운 수치를 가지고 있지요. 이건 지방산인데, 트리글리세드의 한 유형입니다. 먹기도 하지만, 발라서 활용하는 방법이 더 많아요. 피부질환에 사용된 건 중세시대부터라고 하더군요.
1. 변비 치료제 : 미국 식약청(FDA)에서도 인정한 만큼 피마자기름은 변비 치료제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늦어도 5시간 이내에 숙변을 제거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어린아이들은 티스푼 기준으로 2스푼을 넘어선 안 되고, 어른이라면 1~2큰술로 섭취하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한방에서도 변비 해소용으로 오랫동안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2. 모발 건강 :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고, 모발의 색상을 풍부하게 해주기까지 합니다. 피마자기름을 따뜻하게 해서 두피에 발라주면 모낭을 자극시켜주어 머리카락을 자라게 한다고 합니다. 매일 해줄 경우 2주 정도면 약간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탈모 있는 분이라면 해당 부위에 피마자유를 발라보세요. 머리카락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도 막아주기 때문에 좋습니다. 예로부터 동백기름과 아주까리기름을 머리에 많이 발랐다고 합니다. 눈썹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활용해보세요.
3. 통증 완화 효능 : 통증이 있는 부위에 발라주면 완화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있습니다. 근육통이 있는 부위에도 되고, 관절염 때문에 발생한 관절통에도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4. 피부 건강 : 피부에 바르면 좋습니다. 피부보습제로 활용할 수 있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보습이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드름이나 다양한 피부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데도 좋다고 하네요. 피부질환에 좋다는 건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습니다.
5. 무좀 치료 : 무좀이 있는 부위에 자기 전에 바르기만 하면 됩니다. 대략 일주일 정도 반복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6. 상처 치료 :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 상처에 뿌려주면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사람의 경우 벌레에 물린 부위나 상처에 발라주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더불어 해독작용도 해주기 때문에 상처가 덧나지 않습니다.
7. 피마자기름 사용 시 주의사항
‘리신‘이라는 매우 강한 독성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름을 짜내면서 없어지기 때문에 시판되는 제품들의 경우 독성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다만, 사용할 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먼저 테스트 후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는 비단 피마자유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요? 가려움증, 피부발진, 부종 등의 알러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용하게 되는 경우 내 몸과 맞지 않으면 메스꺼움, 현기증 등의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내장 쪽 질환이 있거나 현재 문제가 있는 경우엔 섭취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치질 환자나 외과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