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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04. 2022

유서깊은 효의 향기가 서린 장성 서능정원

주민참여형 정원

장성호와 백양사 사이의 북일면 박산리에 있는 서능정원은 2021년 북일면민들이 가꾼 정원인데요, 장성시민정원사 1기가 조성했답니다. 지자체마다 주민참여로 이뤄진 정원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이곳은 서능정려비를 토대로 가꿔서 '서능정원'이란 이름이 붙여진 듯 해요.

몇 년 전 우연히 이곳의 서능정려비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비각만 소슬하니 있던 곳에 예쁜 꽃들과 정자, 눈에 띄는 조형물이 마련된 정원을 보니 안 들르고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서능정원 :  전라남도 장성군 북일면 봉암로 1193 (박산리)


서능정려비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62호로 1988년 3월 16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어요. 비는 어떤 일의 자취를 후세에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나무, 돌, 쇠붙이 따위에 글을 겨 놓은 것인데 무엇을 남기기 위해 이런 비를 세운 것일까요?

서능정려비는 고려시대 문신 서능(徐稜)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과 향유들이 선조 11년(1578)에 건립하였어요. 정려비가 세워진 뒤 1669년(현종 10) 변휴 등 12인이 주동이 되어 비각을 중건하기 시작하여 1694년(숙종 20) 완성하였으며, 동춘당 송준길이 편액을 썼어요. 그뒤 1824년(순조 24) 김장환 등에 의해 중수되었으며, 현재 있는 건물은 1913년 서택환 등의 주도로 다시 세워진 것이랍니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장성현조'의 기록에 의하면 서능은 고려 고종 (1213~1259)때 사람으로 자는 대방, 시호는 절효이며 하늘을 감동시킨 효자로 장성사람들의 흠모를 받았다고 해요. 서능은 장성 북일면 작동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학문에 뛰어났답니다. 약관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가서 여러 관직을 거쳐 문하시중에까지 올랐어요. 오늘날로 하면 국무총리까지 지낸 셈이지요. 또한 향리에 서당을 차리고 후학을 가르쳐 이 고장에 학문의 기풍을 세웠고, 《거가십훈(居家十訓)》을 남겨 후세를 바르게 인도하였다고 합니다.

서능은 어려서부터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모친이 병이 들자 벼슬을 버리고 집에 와 모친을 간호하였어요. 그러던 중 “산(생) 청개구리를 구하지 못하면 고치기 어렵다”라는 의원의 말을 듣고, 한겨울에 구할 길이 없어 고심하던 중, 집 앞에서 약을 달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청개구리가 약탕관 안으로 떨어졌다고 해요. 옳다구나! 하고 그 약을 짜서 사용하였더니, 모친의 병이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한겨울에 청개구리라니! 어디서 뻥이여? 할 수도 있지만... 옛날엔 보통 약을 마당 한켠에 마련한 화덕에소 따로 달이곤 했는데, 그 화덕 주변 땅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오래오래 약을 달이느라 솥주변 땅이 뜨뜻해지니 봄인 줄 알고 튀어나온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 이야기가 진짜라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죠^^

이일로 그의 효행이 온 나라 안에 알려지게 되고, 훗날 조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 고종이 정려를 하명하여, 이곳에 정려비를 세웠다고 해요. 비문은 사암 박순이 짓고 옥봉 백광훈이 썼으며, 조선으로 넘어와 세종대왕은 서능의 효행을 《삼강행실도》에 실어 백성들을 본받게 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유래가 있는 서능정려비라서 서능정원 중심에는 약탕기에 약을 달이는 모습의 중년남자와 그 탕기 속으로 뛰어드는 청개구리의 조형물이 있답니다. 1200년대 고려시대 효자의 효행이 2020년대까지 무려 800여년 뒤까지도 이어진 걸 보면, 역시 사람은 효도를 하고 볼 일입니다.

연로하신 친정부모님을 뵙고 올라오는 길에 잘 꾸며진 정원이 예뻐서 들렀던 서능정원에서 유구한 생명력을 지닌 강력한 효의 기운을  느끼고 왔답니다.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한 번쯤 가볼만한 의미있는 정원이란 생각이 들어요.

서능정원 관련기사를 살펴보니, 2021년 11월 1일에 장성옐로우시티 시민정원사 1기회원들과 북일면행정복지센터, 북일면 부녀회, 농업기술센터에서 함께 식재해 조성했더라구요. 600만원이라는 예산으로 스토리를 담아 조형물까지 제작할수 있었던건 시민정원사들의 헌신덕분이라고 하니, 아담하지만 눈길을 끄는 예쁜 정원을 만들어주신 장성옐로우시티 시민정원사 1기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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