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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09. 2022

60년 가꾼 윤제림을 품은 주월산패러글라이딩활공장

보성여행

지난 7월 해남에 다녀오며, 남편이 올해까지만 무료개방하는 예쁜 정원이 있다며 저를 데리고 간 곳이 보성 윤제림이에요.

1964년 조림 사업을 시작한 이래 60년 넘게 2대에 걸쳐 ‘산림명문가’ 가족들이 가꿔 온 숲 윤제림이 3년째 무료 개방되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에 KBS 1박 2일, tvn 바퀴 달린 집 등 다양한 방송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제가 인스타를 안 해서 몰랐는데, 수국꽃이 한창때인 6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아주 핫했던 곳이더군요. 광주 사는 여동생이 7월 중순에 부모님 모시고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구요.


주소: 전남 보성군 겸백면 주월산길 222

전화: 061-853-6090  

입장료 무료 (2023년부터 유료화 예정)

주차 무료 / 주차장 : 윤제림 입구 여러곳에 마련됨

주차장에서 수국밭까지 5분 정도 걸리는 오르막길

수국은 색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색의 변화가 변화무쌍해서 처음 꽃이 필 때는 초록색이 감도는 흰색이었다가 차츰 청색을 띠다가 보라색에 이어 붉은 색으로 변한답니다. 꽃 피는 시기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국은 알록달록 꽃색깔이 다채로와요.

또한 자라는 토양의 성분에 따라서도 색이 변한답니다. 흙이 산성이면 청색, 알칼리성이면 붉은색, 중성이면 흰색이 많아진대요.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흙에 산도를 조절하는 첨가제를 넣어 원하는 꽃색을 피게 할 수도 있다네요.

이처럼 저절로 색이 변하는 특성 때문에 칠변화(七變花)로도 불리는 수국의 꽃말은 냉정, 무정, 거만, 바람둥이, 변덕, 냉담이라고 해요.   

전국 수국명소로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충남 공주 유구색동수국정원, 경남 고성 그레이스정원과 거제시 저구리마을, 전남 신안 도초도 지남리 수국공원, 부산 태종대 태종사, 제주 서귀포시 마노르블랑 등이 있지만 윤제림의 수국이 특이한 이유는 수국은 관목이라 1m까지 자라서 사람 무릎이나 가슴높이에서 핀답니다.

그런데 윤제림의 수국은 식재한 지 얼마 안 되서 바닥에 카펫처럼 깔려 있어요. 게다가 편백나무 아래에 색색깔의 수국이 깔려 있으니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숲처럼 신비한 느낌이 들고,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답니다. 제가 방문한 7월 말에는 수국이 한창때를 지나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늦게 핀 수국 무리들이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어요.

보성군 겸백면 주월산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소통의 숲 '윤제림'은 잘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로 가득해요. 1964년부터 조림 사업을 시작했으며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고 있어, 2020년 산림청으로부터 대를 이어 산림을 모범적으로 경영하는 가문인 '산림명문가'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이 숲은 평생을 산과 나무에 바쳤던 '故 윤제(允濟) 정상환' 선생의 호를 따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윤제 선생은 "숲은 후대에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조림 사업에 몰두했다고 해요. 2005년 부친이 별세하자 미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아들 정은조(72)씨가 가업을 이어받았어요. 정 회장은 부친이 작고하신 뒤 선친의 유산을 후대에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2대째 윤제림을 관리하고 있다고 해요.

부친에 이어 윤제림을 운영하고 있는 정은조 회장은 아버지가 일궜던 숲의 규모(265ha)를 337ha(약 100만평)까지 늘렸답니다. 이처럼 '윤제림'은 선친때부터 60년 가까이 가꿔온 숲을 3년째 무료로 개방해 많은 사람과 자연의 소중함, 생태 다양성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어요.

‘소통의 숲 윤제림’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예요. 4~5월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안개나무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6~7월엔 4만 본의 수국꽃물결이 색색깔 꽃길로 눈길을 끕니다. 1969년 식재한 해송과 편백나무 6만 본이 사계절 내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12㏊에 이르는 국내 최초 상수리 시배지이자 굴거리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늘어선 아름드리 조림지가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답니다.

이 외의 즐길거리도 다양한데요, 전남도 민간정원 제12호인 성림원과 야외공연장, 숲속캠핑장, 체험용 모노레일과 임도 등 둘레길, 휴양·치유 등 대단위 휴양 시설이 조성돼 있어서 주말에는 1000여명, 평일에는 200여명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성까지 와서 윤제림만 보고 가면 좋은 구경거리 하나를 놓치시는 거예요. 윤제림을 품고 있는 산이 바로 주월산인데 배가 넘어가는 산(배 舟, 넘을 越)이라는 뜻이에요.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득량만의 바닷물이 홍수가 나서 배들이 산을 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해요. 이 주월산 정상에 패러글라이딩장이 있어요. 여기에서 보는 풍경이 압도적이랍니다. 오르막길 끝에서 활공장에 올라 마주치는 풍경이 완전 반전이지요.

주월산 패러글라이딩장에 올라가면  활공장 바로 옆이 주월산 정상으로 '소통의 숲 윤제림'에서 정상석을 세워 놓았고, 바로 앞에 뱃머리를 형상화한 전망대가 있어요.

전망대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예당 간척지와 득량만을 비롯해 동남쪽으로는 바다 건너 고흥까지, 서북쪽으로는 초암산과 월출산, 존제산, 해남의 산악지대 능파를 조망할 수 있는데요, 예당간척지에서는 보리와 벼를 교차로 재배하기 때문에 봄,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황금들판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푸르른 모가 자라는 초록풍경을 볼 수 있답니다.

여길 잘 몰라서 윤제림만 둘러보고 가신다면 아주 멋진 구경을 놓치게 되는 셈이니 주월산 패러글라이딩장도 꼭 가보세요~. 저보다 먼저 윤제림을 찾았던 동생도 여기 가는 길을 못 찾아서 못 가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이 멋진 곳을 어떻게 찾아가면 될까요?

주월산 패러글라이딩장은 내비가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으니, 쉽게 찾아가려면 윤제림을 목적지로 해서 가신 다음, 윤제림 고객센터를 지나 후문 입구에서 오른쪽 산 위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여요. 이게 임도인데 이 길을 끝까지 따라 올라가면 된답니다. 지금까지 다녀본 전국의 활공장 가는 길 가운데 가장 잘 닦여있어서 감탄하며 갔어요. 교행도 가능할만큼 충분히 넓고 도로상태도 아주 좋더라구요.

주월산 패러글라이딩장에 도착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있는 것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죠. 우린 차를 타고 올라갔지만 윤제림에서부터 편백나무숲을 거쳐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오시는 분들도 제법 계시더라구요.

제가 간 날은 이슬비가 와서 전망이 아주 깨끗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날이 좋으면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해요. 다른 분이 찍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사진도 함께 올려봅니다. 즐감하세요~^^


* 윤제림 정은조 회장 인터뷰

(2022.7.30. 전남일보 기사 참고)


정 회장은 "아버지 때부터 키워오던 나무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상수리 나무"라며 "'재래 상수리 나무는 높게 뻗지 못하는데 아버님은 15m 정도 쭉 뻗은 상수리 나무를 조림했다"고 전했다.


이어 "산림청에서도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잘 조성돼 있는 상수리 나무 재배지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산불이나 홍수, 그리고 산사태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꾸준히 걱정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점이 산을 가꾸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고 무궁무진하게 자기를 희생하면서 인간에게 계속 무엇인가를 준다"며 "인류와 인간과 우주 공간에 있는 동물에게 큰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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