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저의 생일이자 결혼 23주년 기념일이었어요. 세기말인 1999년 11월 7일에 결혼해서, 어느덧 은혼식을 2년 앞둔 시점이 됐네요. 헛, 은혼식이 뭐냐고요? 은혼식은 결혼 25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랍니다.
결혼기념일은 부부가 결혼한 날을 기념하여 부부의 건재함을 축하하는 날이란 건 아시죠?
결혼기념일, 다들 잘 챙기고 사시나요?^^
결혼한 날을 특별히 기념하는 게 언제 시작되었나~ 하고 찾아보니,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주로 유럽의 크리스트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한 날에 축하예배를 하던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랍니다.
처음에는 결혼 5주년, 15주년, 25주년, 50주년, 60주년 정도를 축하하였으나, 점차 확대되어 1주년, 10주년, 20주년, 30주년, 40주년, 45주년 등의 기념일이 생겨났으며, 최근에는 거의 해마다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사람이 늘고 있지요.(사실 7080세대 이후로는 당연히 매년 챙기는 걸로 알고 있쥬~)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 금혼식과 결혼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 60주년 회혼례가 가장 성행한다고 해요.
결혼기념일은 혼자가 아니라 부부로서 함께한 세월을 기념하는 만큼,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축하해 주어야 하는 자리이며, 이들 부부가 해로하며 잘 살 수 있도록 좋은 덕담과 함께 각 시기에 따른 선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어제 저는 결혼기념일 선물로 평소 남편의 로망이던 22년 11월 출시되는 최신형 전기자동차를 선물했어요. 남편이 벌어온 돈과 제 수입의 일부를 남편이름으로 착실히 저금해서 은행에 잘 모아두었다가, 결혼기념일에 기분좋게 통장을 건넸지요. 자동차값을 일시불로 내고도 남는 돈이었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인심은 여우가 쓰는~)
남편은 저에게 두 종류의 립스틱과 고급향수를 선물하고,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회사 다니며 가족을 위해 노력봉사하기로 약속했답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선물입니다요(되로 주고, 말로 받는달까?!).
그래서 한밤중에 남편이 젤 좋아하는 '홀딱쇼'를... 큼큼^^
그런데 결혼기념일에 대해 더 알아보니, 결혼기념일 주기마다 붙여진 이름이
주고받는 선물의 주요 재료가 되더라구요.
19세기 중엽의 영국 문헌에 의하면, 결혼 후 5년째가 나무[木], 15년째가 동(銅), 25년째가 은(銀), 50년째가 금(金), 60년째가 다이아몬드로서 5회로 정해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75년째가 다이아몬드 결혼기념일이래요.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 사치스럽다는 평가를 받게 되어 결혼 후 10년째를 주석(朱錫), 20년째를 도기(陶器)로 정했고, 동시에 15년째의 동이 수정으로 바뀌어서 모두 7회로 늘어났으며, 그후 다시 1년째에 종이[紙], 4년째에 가죽, 30년째에 상아, 40년째에 모직, 45년째에 명주 등을 더하여 모두 17회가 되었다고 해요. 미국 사람은 결혼기념일에 파티를 여는데, 1∼5년째까지는 매년, 그 이후는 5년마다 베풀며, 은혼식과 금혼식이 주가 되고 그 외엔 기념하고 싶은 사람만이 가정에서 조촐하게 베푼다네요. 미국 영화에 결혼기념일 파티를 성대하게 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이거였네요.
결혼 후 1년이 되어서 맞는 결혼 1주년은 지혼식紙婚式이라고 하는데, 이때 부부는 서로에게 종이로 된 선물을 나누어 준다네요. 예를 들어 책이나 그림 등을 선물하며 서로에게 사랑의 편지를 나누는 것이죠.
연수가 쌓여 결혼 25주년인 은혼銀婚, 30주년인 진주혼眞珠婚, 35주년인 산호혼珊瑚婚, 40주년인 녹옥혼綠玉婚, 45주년인 홍옥혼紅玉婚, 50주년인 금혼金婚 등은 모두 보석의 이름이 붙었는데, 그때에는 이름에 맞는 보석을 선물하며 함께 살아온 것을 축하한답니다.
은혼식에는 남편은 아내에게 은제품을 선물하며, 아내도 남편에게 적당한 선물을 해요. 가족이나 친지도 그 부부에게 은제품 선물을 하는데, 특히 귀금속이나 보석의 이름이 붙은 결혼기념일에 친지들은 꽃을 선물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오홍~ 그럼 2년 뒤에 저는 은반지나 은팔찌를 선물받아야겠으요^^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50주년인 금혼식과 결혼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 회혼례가 가장 많이 행해지는데, 특히 금혼식은 25주년 기념일인 은혼식과 함께 대표적인 결혼기념일 행사예요.
금혼식 때는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가친지 및 지인을 불러 잔치를 하고 신랑과 신부는 서로에게 순금으로 된 물건이나 보석을 선물로 건넨답니다. 오늘날은 도별, 시별, 구청별로, 또는 노인회에서 ‘장수부부 금혼식’이라고 해서 해마다 한 번씩 잔치를 무료로 치러주고, 잔치 후에 관광 명승지 등을 유람하는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네요.
결혼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 회혼례는 자녀가 그 부모를 위해 성대한 잔치를 치르는데, 이는 유교를 신봉하던 전통사회에서 효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저희 부모님은 올해 금혼식을 맞이하시는데, 동생들과 의논해 멋진 금혼식을 치러드릴 계획을 잡고 있어요. 그런데 풍습에 따르면 금혼식은 신랑신부 본인들이 잔치를 준비하는 것이고, 회혼례 때 자녀들이 부모를 위한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는 거네요. 아무렴 어때요? 자식들 나이가 50이 되어서도 살아서 건재하시는 부모님을 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감사인 걸요!
유럽 등지에서는 은혼식 때 25년 전의 결혼식을 재현하는 축하행사를 가지며, 은으로 된 물건을 선물한답니다. 은혼식 행사는 주로 자녀나 친지들이 준비해 주며, 부부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등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해요. 잘 기억해두었다가, 2년 뒤 은혼식을 멋지게 보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천천히 고민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