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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거짓말하고 뺨 맞는 것보다 낫네!  

고구마 잎싹 된장국

며칠 전 장 봐서 들어와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어머님께서 가스렌지 위에 뭔가를 보글보글

끓이는 중이시다.


가끔 어머님은

어머님께서 드시고 싶은 음식을

내게 시키지 않고 직접 해 드시곤 하는데

이번에도 뭔가 그런 음식을 하시나부다 여기곤


뭘까?


쓰윽 들여다보니 무슨 해초 같은 게

된장국 속에서 끓고 있는 중


뭐지?


"어머님~ 신기한 해초 구하셨나 봐요~" 하니


"해초는 무슨? 고구마 잎싹이다!" 그러신다


"엥? 고구마 잎싹이요?"


"저기 베란다 화분에 키우던 고구마 잎이

무성하길래 어릴 때 기억 살려서 국 한 번 끓여봤다."


하시며 어릴 적 고구마 잎싹 된장국을 끓여 드시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시골에선 요즈음이 국거리 할 게 똑 떨어지고 없을 때란 말이여. 시금치가 있길 허냐, 아욱이 있길 허냐, 그란디 우리 아부지가 평소엔 국을 잘 안 드시다가도 술만 드시고 오면 다음날 꼭 해장국을 찾으셨단다.


딱 요맘때인데 아침상을 차려 올리고 보니

국이 빠졌네!


"숟가락 정갤 국물 하나도 없이 이게 뭐여?"


하실 게 뻔한지라 부랴부랴 된장을 풀어 물에 끓이고, 국에 넣을 푸성귀를 찾아 텃밭을 헤매는데

마침 눈에 들어오는 초록 푸성귀가 고구마 잎싹이라~

후딱 뜯어다가 싹싹 비벼서 도구태에 적당히 비벼갖고 국에다 넣었지야.


여기서 내가 한 마디 질문.


"어머님, 어차피 잘 모르실 텐데 아무 풀이나

뜯어다 국에 넣으면 안 되나요?"


"아무리~ 그래도 아부지 드실 국인디 잘 가려서 넣어야지!"


헤헤헤.., 그렇긴 하네요(민망 민망^^;;)


그래서 보글보글 끓여서 진짓상에 올려드리니


"카~ 좋다! 이 맛이지~!" 하시며 잘 드시더라고.^^



"어디 그때 맛 나능가 보끄나?"


이야기를 끝내신 어머님이

한 수저 떠서 드셔 보더니 말씀하시길,


"그래도 거짓말하고 뺨 맞는 것보단 낫네"


드실 만 하단 말씀이다^^

나도 옆에서 한 사발 떠서 먹어보니

괜춘하네~!


고구마는 잎싹부터 줄기, 뿌리에 이르기까지 버릴 게 진짜 하나도 없는 고마운 작물이다.

지금 그 고구마들이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 수확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7월 초 느지막이 심어서 추수가 늦어지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수확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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