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방을 같이 쓰는 둘째의 좋은 날은 다 갔다.혼자서 침대 쓰고 맘껏 뒹굴거리던 녀석이 이제 침대 아래 본래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누나가 쓰는 방이 원래는 자기방이었다가 누나가 기숙사 학교를 그만두고 집 근처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자기방을 빼앗긴 둘째는 할머니랑 한 방을 쓰게 되었을 때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을 만큼 착한 녀석이다.
나도 어릴때 할머니랑 한 방을 썼고, 그래서 좋았기 때문에(잠이 들기 전이나 새벽에 할머니랑 이불속에서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그래서 엄마는 좀 서운해하셨겠지만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다,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돌 무렵부터 할머니랑 한 집에서 같이 지낸 둘째도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예상은 했다.다만 둘째가 딸이 아닌 아들이란 점이 좀 거시기하달까.
창고처럼 쓰는 방 하나를 정리해서 둘째 방을 만들어줘야는데, 이일 저일 바빠서 계속 미루고 있다. 스몰스텝 정리방에 들어가면 그래도 자극받아서 얼른 하려니 했건만, 자극만 받고 실천에는 못 옮기고 있다. 으이그~~~
정리에 일가견이 있는 어머님 눈에는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며느리의 모습이건만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은 없다. 다만 오늘 아침 운동 다녀오셔서 늦은 아침을 드신 뒤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남편의 컴책상을 치우시며 하는 말씀이 결국은 나 들으라고 하시는 소리인 듯해 찔끔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