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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22. 2022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집중탐구

박노해 시인이 12년만에 시집을 냈어요.

탄생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굵직한 순간 사이로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독서와 여행, 고독과 관계 등 삶의 모든 순간을 이 한 권의 시집에 담았답니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사건과 사물, 세상과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요. 무심한 돌 하나에서도, 풀꽃과 나무, 책과 만년필에서도 그 존재의 전혀 다른 빛을 비춰내지요. 그의 통찰과 성찰, 상식을 전복하는 관점은 기존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강렬한 체험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비가 오려고 잔뜩 흐린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시로 하루를 열어보려 합니다. 요 며칠 인디안썸머처럼 늦가을인데도 한낮엔 더위를 느낄 정도로 반짝 따스한데요, 동해에 해 뜨는 풍경과 함께 즐겨보세요~


일출사진은 친구가 출근길에 찍은 사진이랍니다. 매일 이런 풍경 보며 출근한다네요^^



* 박노해 시인은 누구?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박기평. 안기부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이다.


16세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를 다녔다. 1984년 27살에 첫 시집 『노 동의 새벽』을 펴냈다. 이 시집은 독재 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 만부 가까이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박노해라는 필명을 쓰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노맹)을 결성했다. 1991년 7년여의 수배 끝에 안기부에 체포, 24일간의 고문 후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993년 감옥 독방에서 두 번 째 시집 『참된 시작』을 펴냈다. 1997년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펴냈다. 19987년 6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 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 하고 비영리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년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 관)을 열었다. 12년 만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펴냈다.


2012년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상설 사진전을 개최, 21번의 전시 동안 3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14년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다른 길』을 펴냈다. 2019년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하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길』, 『내 작은 방』 을 펴냈다. 2020년 첫 번째 시 그림책 『푸른 빛의 소녀가』를 펴냈 다. 2021년  『걷는 독서』를 펴냈다.


2022년 12년 만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펴냈다. 30여 년간 써온 한 권의 책, ‘우주에서의 인간의 길’을 담은 사상서를 집필 중이다.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참사람의 숲〉을 꿈꾸며, 시인의 작은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기르며 새로운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


널 지켜줄게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크게 다치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날 지켜주었음을


나는 끝내

너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깨어지고 쓰러지고 패배한

이 치명상의 사랑밖에 없는데


어둠 속을 홀로 걸을 때나

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

널 지켜줄게

붉은 목숨 바친

그 푸른 약속이

날 지켜주었음을.


< 내가 좋아하는 것들 >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유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전과 빈티지를 좋아한다


나는 도시의 세련미를 좋아한다

그래서 광야와 사막을 좋아한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나간다


나는 밝은 햇살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둠에 잠긴 사유를 좋아한다


나는 혁명, 혁명을 좋아한다

그래서 성찰과 성실을 좋아한다


나는 용기 있게 나서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떨림과 삼가함을 좋아한다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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