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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14. 2022

2022 첫눈 온 날

1년에 딱 한 번 쓸 수 있는 글!

바로 첫눈 온 날이 되시겠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곳에는 11월 30일에도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살짝 내리다 말다 그냥 녹아버려서 첫눈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움이 컸답니다.

11.30.


그런데 12월 14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온 천지를 하얗게 덮은 눈을 본 순간,


"이야~~ 이 정도는 와야 첫눈이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이런 날은 아무리 추워도 집에 가만 있을 수 없지요. 단단히 챙겨입고 새벽 눈구경하러 나갔답니다. 그냥 나가면 섭해서 동네도서관에 반납할 책도 두어 권 챙겨들고서요.


깊고 푸른 새벽하늘엔

하현달이 시리도록 하얗게 떠서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을 굽어보고

아파트 광장과 길거리엔 크리스마스 트리와

꼬마장식등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부지런하신 경비아저씨들이 벌써 한 차례 눈을 쓸어내신 흔적이 보이는 길을 따라 걸으며(경비아저씨께 따끈하게 뎁힌 쌍화탕을 갖다 드려야 하는데 어디 계신지 안 보임... 그래서 일단 사진부터 찍기로),


신나게 눈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동네 이곳저곳에 '첫눈'이란 글씨를 새기고 다녔답니다.^___^ (강아지마냥 자기구역 표시하는 것도 아닌데 정성들여 아주 열씨미 썼어요~)


저보다 더 부지런히 새벽 눈구경을 마친 누군가는 이렇게 차 위에 눈사람도 만들어서 쪼로리 올려두었더라구요^^


그렇게 첫눈의 흔적을 곳곳에 남기면서

도서관 찍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이었어요.

도서관을 끼고 있는 건물들 사이 어딘가에서 싸악싹 쓰윽쓱 비질 소리가 울려퍼지더군요.


'6시 갓 넘은 이른 시각에 누굴까?'


비질 소리를 슬슬 따라가보니

눈길을 열심히 비질하시는 분은

바로

홈플슈퍼 직원이셨어요!


이 새벽에 정말 부지런도 하시다.

아파트도 아니고 상가에서 이렇게 일찍 눈길을 치우러 나오시다니~ 큰 놀라움과 감동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했더니


"안녕하세요~?^0^"


활짝 웃으며 답하시는 목소리가 귀에 익네요.

아하~

홈플슈퍼 가면 늘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바로 그 남자분이셨네요. 목소리가 무척 개성있으신데다, 어찌나 예의가 바르신지 한 번 접하면 잊을 수 없는 분인데 엄청 부지런하시기까지! 이런 분이 우리동네 슈퍼를 맡아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했답니다.


한 번 더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드리고 오는 발걸음이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인데도 참 따스했답니다.



집에 도착하니,
딸이 사골육수 넣어 끓인 만두국을
따끈하게 한 그릇 담아 주네요.
딸 키운 보람이 이런 맛?^^



여러분은 첫눈 온 날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신가요?^^

날은 추워도 마음만은 따스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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