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를 하려고 시집을 고르다가 진주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리원으로 일하시며 삶의 애환을 시로 녹여내시는 천지경 시인의 시집 [울음 바이러스]를 오랫만에 꺼내들었다.
< 에구구 >
왼쪽 팔꿈치가 계속 아프다 인대 강화 주사를 처방받았다 팔을 많이 써서 인대가 약해졌단다
남편이 무릎에 파스를 붙인다 연골이 닳아서 병원 들락거린 지 몇 년째다
에구구
서고 앉을 때 남편과 내가 동시에 내뱉는 말이다
- 천지경 / 울음바이러스
어떤 시를 쓸까~ 하고 책장을 넘기다 발견한 이 시를 보는 순간 불갑산상사화축제에서 마주친 중년의 여인이 "에구구~"하며 내지르던 소리가 떠올랐다. 작년 가을 코로나바이러스로 한동안 취소되었던 축제가 드디어 열렸던 영광불갑산 상사화축제에 갔을 때 일이다.
불갑산 아래 불갑사 입구부터 쭉 이어진 상사화(실은 꽃무릇) 군락지들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 만한 포인트엔 어김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중 꽃길 사이에 있는 산책로 왼쪽편으로 단풍나무 아래 꽃무릇이 쫘악 펼쳐졌는데, 마침 나무 사이로 햇살이 환하게 내리비쳐 누구나 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있었다.
다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감탄을 터트리며 찍는 사이 내 또래로 보이는 중년여성이 꽃무릇을 좀더 가까이 찍으려고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내는 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에구구~~~!"
그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한 번씩 다 내는 소리라 그 여자분을 보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씨익 웃었더니, 그분도 멋쩍어 하시면서 마주 웃어주셨다. 이심전심!
얼굴이 아무리 동안이어도 나이듦을 속일 수 없는 것이 손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손등에도 주름이 생긴다)과 몸의 관절 특히 무릎의 퇴화이다.
강건하시던 아빠도 몸에서 제일 먼저 기능이 떨어져 불편해하시는 부분이 무릎이다. 많이 아프실 땐 연골주사를 맞으시며 아픔을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수술밖에 치료법이 없다는데, 여든 넘으신 나이에 수술 받고 재활치료하시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냅두고 있다. 아빠는 그래도 노년에 들어 70대 후반부터 문제가 생겼지만 요즘 중년들은 그게 더 빨리 오나보다.
친한 친구 하나는 작년 봄부터 무릎에 문제가 생겨 수술 빼곤 다 해봤다고 한다. 수술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너무 아파서 삶의 질이 확 떨어지는 걸 느꼈단다. 다행히 잘 맞는 한의원을 만나 그곳을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다.
나 역시 작년 여름 멀쩡하던 왼쪽 무릎이 갑자기 확 꺾이면서 의자에 주저앉으며 놀랐는데, 그 뒤로 이상하게 왼쪽 무릎에만 통증이 있곤 해서 무릎관절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어야 하나~고민하기도 했다.(다행히 얼마 뒤 좋아졌다)
무릎은 많이 써서 문제가 생기는 신체부위다. 더 아프기 전에, 더 망가지기 전에 소중하게 아껴줘야겠다.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