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중년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Jan 13. 2023

잉꼬부부? 쌈닭부부!

중년일기 15

코로나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연말이면 해오던 소띠 친구들 모임을

3년만에야 갖게 되었다.


아파트 대단지가 생기며

새롭게 생긴 동네이다 보니

초창기엔 엄마들끼리 맘카페를 만들어

집집마다 돌아가며 모임을 하곤 했다.


여러 건설사가 들어와서 만든 대단지 아파트라 각 단지별 집구조와 특색이 달라서 집구경도 겸사겸사 할 겸 엄마와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놀이의 장이었다.


우리집에서 모임을 할 때는 무려 50명 넘게 모인 적도 있다. 무슨 정신에 집에서 몇 시간 동안 그 많은 엄마들과 뽈뽈 기는 아가들과 뛰댕기는 유아들까지 함께 했는지 원~ 그땐 젊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점차 띠별 모임으로 세분화되었고, 소띠 엄마들만 있는 방에는 20여 명이 모였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던 소띠 모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분기마다 한 번에서 1년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고, 10년 세월이 흐르자 정예멤버 7명이 남았다. 그렇게 7명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도 간간히 연락을 하며 모임을 유지해온 것이 17년 세월이다.


이 소띠 친구들 중에서도,

우리 동네 부부들 통틀어서도

가장 잉꼬부부였던 친구에게 비보가 있었다.


회식자리가 끝나고 사람들과 함께

보행자 신호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편이,

빨간 색 멈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내려오던 차에 받혀서 그만 하늘나라에 전입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너무 황망하게 당한 일이라 아주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에게만 연락이 갔고,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어 장례식에 사람을 부르기 어려웠던 때라 1년 반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금슬이 유난히 좋았던 친구는 남편이 세상을 뜬 후, 도저히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고 죽고 싶은  생각이 컸지만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였기에 이를 앙 물고 그 힘든 시기를 헤쳐나왔다고 한다......


그 친구의 이야길 남편에게 해주자

남편의 첫 마디가 이랬다.


"그래서 우리처럼 지지고 볶고 싸워야 오래 사는겨~~"


"뭐야, 그럼 오래 살려고 맨날 그렇게 싸울 일 만드는 거야?"


도끼눈을 뜨고 말했더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남편도 잘 알고,

나도 잘 아는 금슬이 좋았던 한 부부도,

아이들이 아직 초등생이던 때 회사에서 갑작스런 사고가 나서 남편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 부인도 한때 소띠 모임하던 엄마였고, 벌써 10년 전 일이다.


확률로 따지기엔 표본집단이 너무 적긴 하지만 남편이 얼렁뚱땅 일으킨 일반화의 오류처럼 잉꼬부부는 하늘이 시샘해서 한 명을 일찌감치 데려가는 걸까?


부부가 오래 살려면

잉꼬부부 대신 쌈닭부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표본이 또 확실하니...


이리하여 날이면 날마다 주구장창

싸워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끙. ㅡ,.ㅡ


쌈닭. 강동훈 그림


* 흔히 금슬 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라고 부른다.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사는 부부 사이를 일컬을 때 쓴다.


그런데 '잉꼬'란 말은 일본 말로 앵무새다. 하지만 잉꼬를 앵무새로 바꿔 부르면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대개 앵무새는 남의 말만 흉내내는 새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잉꼬'라고 부르면 왠지 어감상 사이가 좋은 이미지로 둔갑한다. 실제로는 '잉꼬=앵무새’인데 말이다. 잉꼬는 그냥 작은 종류 앵무새일 뿐 부부금슬과는 전혀 무관하다.


부부금슬의 대명사인 원앙도 마찬가지다. 원앙은 어느 한 쪽을 잃더라도 새로운 짝을 얻지 않는다고 하여 부부간의 정절과 애정 또는 백년화목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래서 신혼부부의 이불을 '원앙금침'이라 불렀다.


그러나 원앙은 전혀 금슬이 좋지 않다. 실제 원앙 수컷은 천하의 바람둥이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바로 떠나 버린다. 혼자 남은 암컷이 새끼들을 키우는 게 원앙의 진실이다.


전통혼례식에 등장하는 한 쌍의 나무새 조각은 원앙이 아니라 기러기다. 기러기야말로 부부간의 정절과 지조를 끝까지 지키는 새이다.


* 사진 아래 설명 있어요^^


잉꼬가 사이좋은 부부의 대명사로 많이 쓰이지만 부부금슬과는 무관하다. 그냥 작은 앵무새여~
기러기 부부


매거진의 이전글 재웠으니 깨워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