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Aug 16. 2023

미래를 말하고 싶다면

날씨와 얼굴 3부

많은 기후학자들이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온이 높아지며 가뭄과 홍수가 일어나고, 바닷물은 높은 수준으로 산성화될 것임을 진작부터 예고해왔다. 이 예고는 누군가에겐 강렬한 공포와 절망일 테지만, 아직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모르는 이도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들만으로 삶이 벅차서 기후위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너무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미래를 말하고 싶다면 어떤 방식이 효율적일까?


오늘 소개할 이슬아칼럼 <날씨와 얼굴> 3부에서는 아이슬란드 작가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이 쓴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에 나온 이야기로 이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앞으로 백 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이야기한다.

마그나손은 힘주어 말한다. 오늘 태어난 아이가 할머니가 되는 동안 그 모든 변화가 일어난다고. 그래서  그녀는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수집한다. 과거에서 건진 애틋한 사랑을 미래로 보내는 방식의 글쓰기다. 이슬아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덧셈의 장면을 소개하는데 나도 그 방식에 매료되었다. 다음은 이슬아의 책 <날씨와 얼굴>에 나온 내용이다.



마그나손은 자신의 아이에게 묻는다. 아직 살아 계신 증조할머니의 나이와, 아이가 증조할머니 나이가 되었을 때의 연도와, 세월이 흘러 아이의 증손녀 역시 증조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연도를. 그럼 아이는 종이에 숫자를 적어가며 계산한다. 2008년에 태어난 자신이 아흔네 살이 되고, 자신의 증손녀가 다시 아흔네 살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며. 그리고 마그나손은 다시 묻는다. 증조할머니가 태어난 해에서 아이의 증손녀가 증조할머니의 나이가 되는 해까지는 전부 몇 년일지. 덧셈을 마친 아이는 262년 이라고 대답한다. 마그나손은 아이에게 말한다.


상상해보렴. 262년이야. 그게 네가 연결된 시간의 길이란다. 넌 이 시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거야. 너의 시간은 네가 알고 사랑하고 너를 빚는 누군가의 시간이야. 네가 알게 될, 네가 사랑할, 네가 빚어낼 누군가의 시간이기도 하고. 너의 맨 손으로 262년을 만질 수 있어. 할머니가 네게 가르 친 것을 너는 손녀에게 가르칠 거야. 2186년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시간과 물에 대하여」, 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2020. 28면 )


이런 이야기를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을까? 네가 연결되어 있는 시간은 262년이나 될 거라는 이야기.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내 딸에게, 그리고 딸의 딸에게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날이 정말 올지 모르겠다. 지구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기후 파업을 한다. 자신들의 미래 없음에 대해 말한다.


1940년대에 태어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을 그리워하며 이 글을 쓴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사랑하게 될 미래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쓴다. 나는 그들 생의 이야기를 소중히 품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긴 세월을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공부한다. 기후에 대한 논의 없이는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2021.02.15


매거진의 이전글 소년의 레시피 &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