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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23. 2023

우리나라 청소년의 어휘력 부족 심각하다

EBS 당신의 문해력 3

10대의 어휘력 수준이 어떤지 알아보자.

생각보다 심각하다.


1. 유행어는 알아도 순우리말은 모르는 아이들


오은 시인은 한 고등학교에서 '단어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리고 팀을 이루어 단어를 맞히는 스피드퀴즈를 통해 어휘력 실태를 확인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알고 있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존귀'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한 아이는 “많이 귀여운 것을 줄임말로?"라고 설명했다. '지위나 신분이 높고 귀함' 이라는 뜻을 가진 '존귀'라는 단어를 '매우 귀엽다'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해석한 것이다.


'금일'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월화수목금에서 '금'과 '토일'에서 '일'을 합치면?"이라고 설명했다. 기차나 배에서 나는 소리를 의미하는 '기적소리'를 설명해야 했던 아이는 그 단어를 처음 들어봤는지 한참을 갸웃거리다가 결국은 패스를 외쳤다. '사훈'이라는 단어와 맞닥뜨린 아이는 기간을 나타내는 단어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지 "한 달?"이라고 말하며 얼버무렸다.


한 여학생은 '일편단심'이라는 단어를 '오직 한 가지에 변함 없는 마음'이라고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 '나는 땡땡땡땡 너만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남학생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남자친구"라고 대답해 친구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일편단심'이라는 단어는 애국가 가사에도 등장하는데 아이들이 그 뜻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단어는 '글피'였다. '글피'를 설명해야 했던 아이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인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가장 어려웠던 단어로 '글피'를 꼽을 정도였다. 어떤 아이는 '피'를 '갈피'로 착각해 "글피를 못 잡는다고 할 때 쓰는 단어인 줄 알았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스피드퀴즈에 등장한 단어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이었다. 더구나 스피드퀴즈에 참여한 아이들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이는 곧 일상생활을 할 때 이러한 단어들의 뜻을 정확히 몰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중학교 3학년 교과서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했다.


스피드퀴즈 장면을 지켜본 윤윤 교사도 "중학교 3학년 아이가 고입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담임선생님을 '담인선생님'이라고 쓰는가 하면 신신당부를 '신신담부'로 쓰기도 한다. 시험을 볼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에서 '적절하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단어의 뜻을 몰라서 시험 문제를 못 풀 정도로 아이들의 어휘력이 떨어져 있다는 걸 실감한다"라고 10대들의 어휘력 수준을 우려했다.



2. 정확한 단어보다 쉬운 단어를 선택하는 아이들


10대들의 어휘력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얼굴이 피다'라는 말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저런 말도 있어?"라거나, "얼굴이 다쳐서 피가 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선책' 이라는 단어를 알려주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최선책이라고 하잖아"라고 설명해줘도 "몰라요. 처음 들어봐요"라는 대답만 되돌아왔다.


'고모'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엄마의 누나인가?"라고 자신없게 대답하기도 했다. 또 많은 아이들이 '이모'를 '엄마의 친구'로 알고 있었다. 사흘이나 글피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말이라면 모를까, 고모나 이모처럼 자주 쓰는 말의 정확한 의미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모와 이모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장인, 사위, 올케 등 가족관계와 관련된 어휘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였다.


스피드퀴즈를 통해 고등학교 아이들의 어휘력 실태를 파악한 오은 시인은 "학생들 대상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단어 사용이 굉장히 '단순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좋아도 대박, 싫어도 대박, 슬퍼도 대박, 아쉬워도 대박…………. 당황해도 헐, 안타까워도 헐, 놀라도 헐...... 수많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상황들을 '대박'과 '헐' 두 마디로 대신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학생들에게 어휘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말하며 우려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신명선 교수는 "요즘은 '말은 쉽게 해야 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정확한 의견 전달보다는 쉬운 단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더욱 어려워하게 되었다"라고 진단했다.


오은 시인은 요즘 아이들이 단어도 많이 모르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단어를 모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윤윤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단어를 모르면 유행어로 얼버무리거나 공식적인 글에도 이모티콘을 남발하곤 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사회에 진출해 문서를 작성할 때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대학생이라고 나을까?

전국 대학생 10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 난이도 분석'결과에서 1,048명이 쓴 글을 전수 분석해 난이도를 측정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대학생 수준으로 볼 수 있는 1~2등급의 글은 36퍼센트에 불과했다. 53퍼센트는 중·고등학생 수준의 글이었고, 11퍼센트는 초등학생 수준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는 초등학생 1학년 수준밖에 되지 않는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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