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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19. 2023

문해력을 해결할 개별화교육

EBS 당신의 문해력 2

1부에 이어 2부에선 어떻게 문해력을 해결할 것인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영어를 처음 접할 때 파닉스를 통해 알파벳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소릿값을 배우는 것처럼 한글을 배울 때도 자음과 모음이 가진 소릿값부터 익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당연히 소릿값을 알고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상태에서 입학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한글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소릿값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글자를 읽을 줄 모르거나 글자를 읽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학습부진아가 된다.


엄훈 교수는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책에서 "현재 초등 교육 과정은 입학생이 기초적인 문해력을 갖춘 상태라는 걸 가정하고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가정 환경이나 신체적 환경 등의 요인으로 20퍼센트가량의 아이들은 기본적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입학한다"라고 설명했다.


읽기는 말하기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두뇌 활동을 총동원해서 배워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초등학교는 한글 떼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단정 짓지 말자.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교과서의 문장을 정확하게 읽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초등학교 1학년 때 소릿 값부터 정확하게 익혀야 한다.



1. 읽기 부진, 소리 내어 읽기로 극복하기


읽기 부진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소리 내어 읽기'이다. 영유아기에 확산적 상호작용을 하며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 학령기 아이들에게도 '소리 내어 읽기'는 읽기 능력과 더불어 문해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눈으로만 읽다 보면 글자를 중간중간 빼고 읽거나 틀리게 읽거나, 심지어 문장을 통째로 빼먹기도 한다. 하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글자와 단어를 정확히 꼼꼼하게 읽으려 노력하게 되면서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소리 내어 읽으면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2. 끊어읽기가 되면 책과 친해진다


읽기 따라잡기 수업에서는 성공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학년에 맞는 책보다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6학년 수호의 읽기 따라잡기 수업은 긴 글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것이 목표였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교사와 수호가 번갈아가며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수호는 '끊어 읽기'가 안 돼서, 즉 '읽기 유창성'이 부족해서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읽기 유창성이란 문장을 적절한 속도로 매끄럽게 의미를 살려 읽어내는 능력으로 기초 문해력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유창성은 소릿값을 이해하는 능력에 어휘력이 더해져 완성된다. 소릿값을 알지 못하거나 어휘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유창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유창성 이 부족하면 글의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수호는 집에서도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또 책을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그때그때 녹음해서 선생님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조병영 교수는 수호의 공부 방법은 끊어 읽기가 되지 않는 아이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끊어 읽기를 익히려면 글자를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는 게 중요한데, 녹음한 걸 스스로 들어보면서 자기가 어떻게 읽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여기에 교사나 부모가 아이가 읽는 걸 받아쓴 뒤 다시 읽어 주며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면 효과가 배가된다.


책 읽기 녹음을 시작한 날부터 수호는 하루도 숙제를 거르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줄거리와 생각을 적는 독서록도 썼다. 조금씩 읽기와 친해지면서 긴 책도 읽을 수 있게 되고, 글 쓰는 것도 수월해지자 수호는 만족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름, 가을, 겨울, 세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수호의 '읽기 따라잡기' 수업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학년용 그림 동화책으로 수업을 시작했던 수호는 비로소 6학년 수준에 맞는 책을 수월하게 읽어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시간에 한 글자도 적지 못해 쩔쩔매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 졸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쓰라고 하자 다음과 같은 제법 멋진 글을 선보였다.


"내일 졸업을 한다. 기분이 좋다. 중학교 생활이 기대된다. 올해는 열심히 살거다." 이뿐만 아니라 졸업을 하루 앞둔 날에는 혼자 교실에 남아 자신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개별화 수업을 해준 진영준 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진영준 교사는 수호의 이런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조금 더 빨리 문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키웠다면 수호의 2학년이 달랐을 거다. 사실 수호는 2학년 때 학습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의 수찬이보다 읽기와 쓰기를 훨씬 잘했다. 6학년이 될 때까지 계속 학습 부진이 쌓이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으로는 완벽하게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수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읽기 부진, 학습 부진이 쌓이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도와줘야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글을 못 읽는 걸 숨긴다면 교사들은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부가 싫다. 공부가 어렵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핑계가 많다고 나무라지만 말고 아이 마음 깊은 곳의 '도와주세요!"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 그리고 학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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