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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31. 2023

우리말에서 한자의 역할은?

한글날이 들어있는 시월이 가기 전에 우리말 속에 들어있는 한자의 역할에 대해 한 번 짚어보고 싶다. 우리말 가운데 당연히 순우리말이라 여기고 쓰는 '긴가민가, 나중에, 도대체, 물론, 시시하다, 심지어, 쓸쓸하다, 으레, 잠깐, 조용히, 하여, 흐지부지'와 같은 말들이 모두 한자에서 비롯된 말들임을 아시는지?


불어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교수는 한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쓰셨다.



-  한자가 우리말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토착어와 한자어를 무리하게 양분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한자어가 들어와 우리말의 어휘와 내용과 논리를 풍요롭게 했다면 그게 바로 우리말의 발전이다. 우리말이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말이 곧 우리말이다. 말에는 한자가 없는데 왜 글에는 한자를 써야 하느냐는 막무가내 식의 주장도 있다. 말의 논리와 글의 논리는 다르다. 말이 특수한 사안에 구체적으로 대응한다면 글은 보편적 사안에 추상적으로 대응한다. 문어가 차지해야 할 자리를 구어가 차지함으로써 일어나는 혼란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다.


한자에 대한 내 생각은 간단하다. '가'를 可, 加, 歌, 家로 쓰는 것인데, 이는 '가'를 빨강, 주황, 노랑, 초록색으로 쓰는 것과 같다. 빨간 가는 '옳다', 주황색 가는 '더한다', 노란가는 '노래', 초록색 가는 '집'이 된다. 컬러가 흑백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2004) ㅡ 밤이 선생이다 / 한글과 한자 中에서


우리말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는 측면에서 한자를 너무 경원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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