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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04.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추천해서 빌려놓고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서 미루고 미루다 반납마감일에 다다라서야 부랴부랴 읽은 책, 공지영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 작가가 섬진강에 내려가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만나고,  대화하고, 생각한 내용들을 차분히 엮어서 왜 우리가 수많은 절망과 불행과 슬픔 속에서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전하는 책이다.


'공지영의 섬진산책'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날마다 점점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부제가 붙은 까닭이다. 작가는 마당에서 섬진강의 눈부신 윤슬이 내려다보이는 15평 남짓의 집에서 지내며 스스로를 긍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공지영 작가는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다섯 개나 될 정도로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기와 함께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오랫동안 삶에 대해, 마음과 몸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온 작가는 섬진강 변에서 자연의 기운을 받으며 폭넓은 공부와 깊은 성찰, 숱한 노력으로 찾은 평온과 행복을 우리에게 잔잔히 전한다.


마감의 압박덕분이었는지, 공지영 작가의 글이 워낙 잘 읽히는 탓인지 한 번 책을 손에 들자 328쪽이나 되는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을 몇 시간만에 독파했다. 책 내용 가운데 마음에 담아두고픈 내용들을 기록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쁜 게 없었다.

인생이 좋은가 나쁜가의 문제는 결정의 시점을 어디서 잘라 바라볼까의 문제일 뿐이다. 그때 내게 내 생은 많이 나빴다. 내가 불행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내 생은 참 좋다. 지금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에서 돌아보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순간 인생을 잘 살았다 생각하고 죽기 위해서는 죽는 순간까지 어떻게든 행복해야하겠지. 마지막 순간에, 아 이게 뭐야. 이러기는 싫으니까.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

기억해두기 바란다, 이 세 단어를.



'나 자신'과 '나의 자존심'.

여러분은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을 아는가?

둘 중의 하나가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어떤 순간 우리는 하나를 희생할 수 있다. 즉 내 자존심이 가장 중요하다면 어떤 순간 나는 내 자존심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거고, 우리는 어쩌면 이 회로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나 자신이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자존심을 가끔은 내려놓기도 한다. 그러나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경우에도 품격은 지켜야 한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러나 깨달음은 아픕니다. 당신이 어떤 사실을 알았는데 아프다면 당신은 깨달은 거예요.



할아버지 출타중에 말을 부탁받은 소년은 종마가 병이 나서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하자 시원한 물을 계속 먹였다. 그러나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도 보람 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앓았고,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다리를 절게 되어버린다. 놀란 할아버지는 소년을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설마를 잡으세요. 스쳐 지나가는 설마... 그거 진실일

때가 많아요."



"사람의 단점은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셨어요?"

"의외로 쉬워요. 장점을 자꾸 칭찬해주는 거야. 그러면 그 장점이 점점 더 커져 단점은 분명 있기는 하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게 방법이야."



자기 스스로와 함께 있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나는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살면서 누구도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쏘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피할 수가 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



히브리어의 '죄'라는 말의 어원은 과녁을 빗나가다, 라는 뜻이다. 놀랍지 않은가. 나는 가끔 이 어원을 생각하곤 했다.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다. 그게 나이든 상대방이든 무언가 살짝 이상하다. 생각하면 멈추어야 한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더 민감해지는 일이야.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소중히 여기는 일은 '용기란 두려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무엇이 더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는 일인지 순위를 매기는 일이야.



"사랑이란 홀로 있기를 가장 행복해하는사람이 자신의 일부를 다른 이를 위해 내어주는 것이다. 함께 성장하기 위하여."



'친구란이 세상이 당신을 다 버렸을 때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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