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Sep 18. 2023

구름공장 직원이 되어

오늘 새벽에도 풀벌레소리에 눈이 뜨였다.

풀숲에서 밤새 연인을 찾는 귀뚜라미 소리가 창 밖을 가득 메우고 집안으로 흘러들어온 탓이다. 처서 지나고부터 밤마다 풀벌레소리가 짙어졌다. 지난 주까지 들리던 매미소리는 감감하다.


 

칠석과 처서를 지나며 비가 온 뒤로

바람이 솔솔 불고 하늘이 더욱 높아지며서 구름공장이 바빠졌다. 하루종일 구름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멋진 구름들이 시시각각으로 하늘에 생겨난다.


이재무 시인도 그런 날이 있으셨나 보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는 이재무시집에서 찾아낸 시 한 편이 내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 곁들인 사진은 며칠간 본 구름들이다.




♡ 구름공장의 직원이 되어 ♡



구름 공장에 취직해볼까 구름 공장에서는 결코 같은 제 품을 만들어내는 법이 없다네 구름 공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낸다네 구름 공장에서 만든 물품은 그냥 관상용이라 절대 내다 팔 수 없다네 과잉이 없고 독과점 없는 이 공장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별이 없고 정해진 시간 없이 제 내킬 때 일을 하고 퇴근한다네 눈비 오는 날 구 름 낀 날은 휴무이고 평생 고용이 가능해서 해고가 없다네 내 여생은 구름 공장 직원으로 살면서 원 없이 실컷 자연이나 생산할거나


  - 이 재 무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키즈 책맹 탈출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