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집어들 수밖에 없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의외로 가독성이 좋고, 남는 내용도 많았다.
근사하게 늙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사는 프리랜서 최서영이 간절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응원에세이《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를 첫 책으로 썼다.
최서영은 홍익대에서 법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 채널A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2017년부터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리뷰 채널 '가전주부'와 본격 자기계발 수다 채널 '말많은소녀'를 통해 현재까지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에게 라이프 스타일과 자기계발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사회에서 치열하게 쌓아온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롭게 자기만의 길을 찾아낸 저자가 바로 적용 가능한 자기점검법과 루틴, 슬기로운 취미생활, 손절의 기술, 인생그래프 상승세로 바꾸는 법,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 잘될 수밖에 없는 멘탈장착법 등을 썼다. 꼭지마다 마지막 장에 노란 바탕의 메모지에 깔끔하게 핵심내용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과 참고영상을 정리해놓아서 이것만 봐도 도움이 된다.
최서영은 엄청난 성공을 꿈꾸는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내고 싶어 매일 읽고 익히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책을 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이런 루틴 덕분이 아닌가 한다.
책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책에 나온 내용들 가운데 <나에게 필요한 인생문장들>만 따로 편집해서 모아두었는데, 주제별로 문장을 구분해 정리한데다 나온 쪽도 표시를 해두어서 전체 내용이 궁금하면 찾아보기도 쉽다. 순서에 상관없이 책의 어느쪽을 펼쳐서 읽더라도 괜찮은데다, 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눈에 띄는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부터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책을 읽으며 내가 꼭 기억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필사하면서 읽기 편하게 다소 편집을 했다.
- 멍청해지지 싫어서 지키는 루틴 3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하는 노력 중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글쓰기다. 머릿속에서 흘러다니는 수많은 생각을 글로 기록하고 자료로 만든다.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독서 노트를 쓴다. 내가 읽는 책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의식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게 되고 한 사람이라도 본다는 생각에 꾸준히 게시물을 올린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그날 있었던 굵직한 사건과 거기서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하는 글을 써보자. 우리의 목표는 명작을 쓰는 게 아니라 나를 기록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다.
일상에서 인풋(input)과 아웃풋 (output)의 균형을 맞추자. 하루 종일 보고 듣는 인풋을 나의 방식으로 소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아웃풋을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를 봤다면 감상평을 남기고, 음악을 들었다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식이다. 이런 과정은 일상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나의 취향을 좀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보고 듣고 경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창조함으로써 창작을 연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노력이 루틴이 되는 순간, 내 모든 삶은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에 기록되어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그 경험들이 필요한 적재적소의 순간이 인생에 몇 번은 온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몸을 쓰는 일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 관리뿐 아니라 뇌 관리를 돕는다.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일 때는 에너지가 몸에 집중되기 때문에 팽팽 돌던 머리가 잠깐 쉴 수 있다.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하루 종일 분주했던 뇌가 비로소 쉬게 된다. 이렇게 머리가 쉬는 동안 무의식이 생각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운동 후에는 일 처리가 훨씬 효율적이다.
- 손절의 기술
'반드시 멀어져야 하는 관계'는 있다. 실제로 나에게 물리적·정신적 해를 끼치는 관계가 있다면, 분명히 끝을 고하자.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은 무엇일까. 일단 절대 웃지 말아야 한다. 장난인 것 같은데도 묘하게 불쾌한 말을 들었을 때, 내 기분보다 현장의 분위기를 우선에 두면 안 된다. 화를 내지는 않더라도 "너의 말이 불편하니 다시는 하지 말아라"라는 메시지는 꼭 전하는 게 좋다.
무례한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피할 수 없고 반박하기 힘들다면 그냥 흘려듣자.
- 스스로의 삶을 대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관계에서든 홀대받을 리가 없다. 나쁜 상황이 찾아오면 금세 빠져나가 자신만의 행복한 공간으로 가버릴 수 있으니까.
- 진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은 할까 말까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 말로써 바꿀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 인생그래프 상승세로 바꾸는 법
"잘 살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존중하는 사람만이 끊임없이 삶에 대해 고민하는 법이니까. 그러니 만약 당신이 지금 잘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옳은 길로 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믿고 조금 더 걸어가보자.
- 기회를 잡는 것도 놓아버리는 것도 모두 나다
시간이 흐르고 어렵게 잡은 최종면접 기회를 쉽사리 포기한 일을 떠올릴 때마다 속상하고 눈물이 났다. 염원했던 일을 포기하던 순간에 느낀 후련함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사라져 잠시 마음이 편해진 것일 뿐이었다.
만약 인생에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잊지 말고 스스로에게 묻자.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의 정답을 모를 때, 한치 앞이 막막하고 두려울 때, 나는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살고 있는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잘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선택이 틀릴까 봐 겁내는 대신, 내가 선택한 길을 맞는 길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 잊지 말자. 길을 만들면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그래야 내 인생이다.
- 불행은 내가 끝내는 것이지 끝나길 기다리면 안 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불행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불행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도, 행복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나의 의지다.
- 번아웃 대처법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대가가 고작 번 아웃인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았으니 지칠 수도 있는 것이다. 큰일이 나기 전에 몸이 알아서 쉬고 갈 기회를 주는 거다' 라고 마음을 바꾸어 나를 인정해주자.
번아웃은 겪을 때마다 견딜 수 없이 힘들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낭만적인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을 만큼 삶을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 일 잘하는 사람들의 8가지 특징 中
예전의 나는 ‘일만 잘하면 됐지 왜 저렇게 지적을 할까' 하고 툴툴거렸는데 지금의 나는 웃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좀 웃을 걸, 이왕 사람들하고 일하는 거 단정한 모습에 신경 좀 쓸 걸, 하고 생각한다.
- 잘될 수밖에 없는 멘탈장착법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을 때면 늘 찾아보곤 했던, 빌리 아일리시의 토크쇼 영상이 있다. 그녀는 '결국에 모두 죽고 모든 게 사라질 거라는 사실, 아무리 멋진 일을 해도, 아무리 이상한 일을 해도 결국엔 우리 모두 다 사라질 거라는 사실'만이 자신을 안도하게 만든다고 했다. 단 몇 마디 말로, 어떤 도전이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가장 와닿게 설명해주었다.
어차피 우리는 작은 실패들을 반복하며 살아왔고, 아무리 멋진 일을 해도 그 어떤 이상한 짓을 해도 어차피 다 죽으면 결국 잊힐 것이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은 잘하든 못하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히기 때문에 내 모든 발자취에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잊지 말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유명한 비유가 나온다. 여러 가지 맛의 초콜릿이 담겨 있는 상자처럼, 우리 인생은 각자 색깔은 다를 수 있지만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모두가 비슷하게 짊어지고 간다.
* 노란 쪽지에 쓰인 '인생레벨업' 내용 가운데 예시
<남을 평가하는 말을 하기 전에 잊지 말 것>
◎ 나는 누군가를 평가할 입장에 있는가.
◎ 평가하는 내 모습 역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일상적 평판과 업무적 평판을 구분 짓자.
◎ 나를 향한 업무적 평판은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업무에 연관된 오해가 있다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 감정적인 대처는 금지. 인사팀이나 상사 등을 통해 공식적 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