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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20. 2024

'고부만사성'을 읽으신 어머님 반응은?

"옛날 이야기 자~알 읽었다!"


시어머님께서 <고부만사성>을 다 읽으시고 나서 하신 말씀입니다.

책이 어찌 나왔나 궁금해 <고부만사성>이 부크크에서 출판승인되어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해서 나흘만에 책을 받았어요.

그래도 어머님께 읽어보시라고 드릴 생각을 감히 못했는데, 남편이 제가 집에 없는 동안 어머님께 드렸더군요.

젊으셨을 적엔 시간만 나면 신문을 보시던 어머님도 연세가 드실수록 점점 눈이 침침해지셔서 글자 보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즐겨 읽으시던 '좋은생각'이나 '샘터'도 안 읽으신 지 몇 년이 되었는데, <고부만사성>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으시더니 사흘만에 다 읽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책을 주시며
"옛날 이야기 자~알 읽었다!"  하시더라고요.

사실 5년간 고부만사성을 써오면서, 한 번도 어머님께 이런 글을 쓴다고 알려드린 적도 없고, 보여드린 적도 없었답니다.

내 글을 가족에게 보인다는 게 무척 신경쓰이고 계면쩍은 일이기도 하고, 혹여나 딴지를 걸어서 글 쓰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 대부분의 글 쓰는 이들은 자신의 글을 가족에게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어서 남편에게 알려준 건 2020년에 브런치작가가 되면서부터였고, 친정식구들에겐 2024년, 시누이들에겐 아직도 알리지 않고 있어요.

이번에 어머님께서 책을 보셨으니, 어쩜 어머님 통해서 시누이들도 알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께서 책을 읽으시는 동안 마음이 조마조마했답니다.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머님과 지낸 이야기를 소재로 썼기 때문에 다 어머님이 주인공이신데, 주인공 입장에서 며느리가 쓴 글을 읽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드실지 걱정이 되었거든요.

고부만사성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지만, 고부만사성 속 어머님의 사투리는 설정된 상황이랍니다. 어머님은 전라도가 고향이시지만 경기도와 서울에서 사신 세월이 30년 이상이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거의 전라도 사투리를 쓰시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저와 옛날 이야기하실 때나 가끔씩 튀어나올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어머님의 설정을 전라도 사투리를 평소에도 구사하는 분으로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라 어머님이 보시면

"내가 언제 이라고 사투리를 썼다고, 책에다 그렇게 썼냐?"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런 말씀은 전혀 없으셔서 남편이 말씀을 잘 드렸나 보다~ 하고 있답니다.

"혹시 책 읽으시다가 언짢은 내용은 없으셨어요?"

하고 어머님께 여쭤보니

"재밌게 잘 읽었다."

웃으시며 그 한 마디뿐이십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엄청 잘해주시네요.
아마도... 책이 마음에 드셔서 그러신 거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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