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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27. 2024

병원 순회 뒤 전주비빔밥

어머님께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대학병원에서 정기진료가 있으세요. 지난 금요일이 그런 날이어서 아침 일찍 금식 상태로 가셔서 피검사하시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검사결과는 1시간 뒤에 나옴) 무료하게 기다리느니 대학병원 진료 뒤에 가시게 될 근처의 치과대학병원까지 산책 삼아 걸어갔다 오기로 했어요.


처음 가보는 병원이라 주차여부도 알아볼 겸 갔는데, 우리차는 SUV라 건물주차장에는 주차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왔지요.


대학병원에선 결과가 일찍 나와서 원래 예약시간보다 20분 일찍 진료를 보시게 됐답니다. 전해질 문제로 신장내과 약을 드시고 계신데, 다행히 결과가 좋으셔서 다음 정기검진일인 11월에도 나트륨수치가 좋으시면 전해질 조절해주는 약을 끊어보고 상태를 지켜보자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답니다.


'언젠가는 이 약을 끊게 될까?'하는 어머님의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 희망이 보여서 참 좋았습니다.


​병원 앞 약국에서 약을 짓고 나서 바로 치과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요. 그곳에서는 어머님의 틀니를 새로 맞추기 위해서였는데요. 연세가 많으시고, 질병이력이 있으시다보니 아무 치과에서나 하면 안되고 대학병원 정도 되는 치과에서 해야 안심이라고 아는 치과의사분이 이 병원을 추천해주셔서 가게 됐답니다.  


진료과정이 복잡하긴 했지만 꼼꼼하게 검사하고 드시는 약도 다 체크하신 뒤 진료의뢰서를 두 장 발행해주시더라고요. 이 의뢰서에 회신을 받아오셔야 발치진행을 할 수 있고, 그 뒤로 발치한 부분이 아문 다음에야 새로 틀니를 맞추실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진행하면 틀니완성까지 총 5~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다행인 점은 지금은 틀니가 보험이 되서 30%만 개인부담하면 된다고 하니 경제적 부담이 많이 덜어지게 됐어요. 꼼꼼하고 친절하게 봐주신 치과대학병원 진료진에게게도,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치과병원 일을 다 끝내고 나니 12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이었어요. 그런데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할 병원 가운데 한 곳은 치과병원과 가깝고, 집에서는 차 타고 나와야 하는 곳이기에 나온 김에 그 병원에서 진료의뢰서의 회신을 받기로 했어요.


어머님은 치과병원에 계시라고 한 뒤, 처음 갔던 대학병원 주차장에서  부랴부랴 차를 빼와 어머님을 태우고 그 병원에 가서 접수를 했어요. 건강검진 온 환자들이 무척 많았지만 다행히도 점심시간 전에 상담하고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나머지 한 병원은 동네 병원이라 나중에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건물 1층 식당가로 내려갔어요.


이곳저곳 둘러보다 전주비빔밥 하는 곳이 눈에 들어서 그곳으로 들어가게 됐는데요, 테이블오더로 주문을 하는 곳이더군요.


주문을 하고 제 카드로 결제하려고 카드를 꺼내니, 어머님께서 제 손을 저지하시고는


"내가 사줄라고 데리고 왔는데 그러지 마라!"


하시곤, 바로 어머님 카드를 꺼내주시는 거예요.


"니 덕분에 병원일 편하게 보고 왔는데, 내가 밥이라도 사줘야지~"


며느리가 병원 모시고 다니는 일을 당연히 여기지 않으시고, 크게 고맙게 여겨주시는 어머님덕분에 어머님께서 사주신 전주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저는 이런 건 사양 안 하고 넙죽  받아먹는 며느리랍니다^^


피검사때문에 아침도 못 드시고 귀리우유로 대충 때우신 어머님께서는(치과병원 가실 거라 식사는 절대 안 하시겠다고 하셔서) 몹시 시장하셨을 텐데도 밥 양이 많다고 남기셨어요. 제가 먹기에도 양이 많긴 했지만 저는 딱 배부르게 잘 먹었는데 어머님께는 너무 많으셨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쉰 다음, 동네 병원에는 5시 넘어서 가게 됐어요. 단골병원이라 따로 진찰료도 안 받으시고 바로 회신서를 작성해서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금요일에 총 네 곳의 병원을 돌면서 무사히 할 일을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답니다.


이제 발치일정 잡고,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입에 맞는 틀니를 맞추기까지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딘 셈인데요. 더운 여름을 끼고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일 텐데, 무사히 마치시고 어머님께서 새 틀니로 드시고 싶은 것 다 드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 고부만사성이 책으로 나왔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brunch.co.kr/@malgmi7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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