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성공!
시골에서 마늘농사를 직접 지어 자식에게 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결혼에서 27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 번도 마늘을 사먹어본 적이 없어요.
사먹지 않는 대신 마늘까기 대작전이 추석 연휴 무렵이면 늘 온가족행사로 치뤄지곤 한답니다. 시어머님과 우리 부부와 딸,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 옹기종기 모여서 10월이면 마늘껍질을 깠는데, 딸은 독립해 나가고, 아들은 군대 가있으니 올해는 단촐하게 세 식구만 모여서 하루종일 마늘을 깠답니다.
그나마 올해는 봄가뭄으로 마늘농사가 잘 안 되서 예년에 주시던 거 반밖에 안 주셨고, 껍질 까기 좋게 깍지랑 대를 쪼개놓고 보니 한다라 가득이라 물 부어서 불리려면 넘칠 것 같아서 1/5 가량 덜어냈음에도 손이 여섯 개밖에 안 되니 하루종일 걸리네요.
그래도 1년 먹을 마늘 이렇게 다 까서 갈아서 냉동실에 쟁여두면 마늘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아주 든든하고 흐뭇합니다.
우선 마늘을 잘 까려면 하룻밤동안 물에 불려야 해요. 그래야 껍질이 훌러덩 잘 까진답니다. 불린 물은 버리고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뺍니다.
그런 다음 양손에 비닐장갑 끼고, 한 손에 과도 들고 까기 시작해요. 어머님은 이렇게 커다란 다라이 하나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바가지로 마늘을 적당량 퍼서 까시더라고요. 저도 적당한 그릇 하나 찾아다 그렇게 했어요.
껍질이 다라에 가득 차면 비닐봉지에 껍질을 버리고 새로 마늘을 퍼다 깝니다. 이렇게 마늘까기 작업을 하다가 12시쯤 빵과 떡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어요.
감기로 콧물 뚝뚝 흘리는 남편은 휴지로 콧구멍 틀어막고 하다가 1시쯤 너무 힘들다고 그만 하고, 어머님과 저는 계속 깠어요.
오후 2시쯤 되니 이 정도 남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30분 가량 쉬었어요. 시어머님은 안마의자, 저는 매트 위에서 데굴데굴.
잠시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마늘까기에 돌입해
3시 반쯤 드디어 다 깠어요!
하지만 마늘 껍질 깐 걸로 전부가 아니죠.
싱크대에 놓고 물로 씻으며 마늘을 감싼 투명껍질을 빡빡 씻어서 잘 벗겨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껍질 깔 때 놓친 까만 배꼽이랑 썩은 부분 같은 건 도려내고, 아직 안 떨어진 속껍질 다시 골라내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이것까지 다하고 나니 4시!
이제 물기가 빠지도록 기다렸다가 갈아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저녁 때 해야 할 일이 있어 가는 것은 다음날로 미뤘어요.
아침 식사 끝나고 설거지하자마자 바로 마늘갈기 돌입!
30년도 넘은 마늘 전용 믹서기에 넣고 돌돌돌 갈아서 비닐봉지에 적당량씩 넣은 다음 한 번 더 비닐봉지에 넣어 묶으면 끝!
저는 믹서기에 마늘 넣어 갈고, 다 갈아진 마늘은 적당량씩 비닐봉지에 넣었어요.
어머님은 마늘에 붙은 속껍질과 까만배꼽 보이면 떼어내시고, 비닐봉지 떼어서 넣기 좋게 준비해주시고, 다 넣으면 묶어서 옆에 놓아 주셨어요.
고부간에 역할분담해서 하니 손발이 척척 맞아서 30여분만에 끝났어요.
작업이 다 끝나고 보니 총 13봉지의 갈린 마늘이 나왔어요. 조금 남은 건 마늘 전용 유리통에 넣었고요. 이 마늘봉지들은 마늘전용 냉동고에 차곡차곡 넣고 앞으로 1년 내내 꺼내 먹을 예정이랍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힘든 마늘농사를 직접 지어서 보내주시는 친정부모님께 제일 먼저 감사하고, 올해도 마늘까기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어머님 감사해요~ 몸이 예전같지 않으시지만 그래도 이런 큰 일을 함께 해주셔서 늘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