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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17. 2020

절대 이사 가지 마세요!

나는야 책부자

오래전 옆 동 살던 지인이 이사를 가시면서 멀쩡한 인조대리석 식탁을 주고 가셨다.

이삿날, 이삿짐센터 직원 두 분이 끙끙대며 커다란 식탁을 옮겨다 주려고 오셨는데 식탁 설치 후 우리 집 거실을 쓰윽 한 번 훑어본 뒤 하신 말씀.

"집에 책이 참 많으시네요~ 제가 이사업계 사람으로서 간곡히 드리는 말씀인데요...  제발 이사 가지 마세요~ 책짐이 제일 힘들어요!"

그나마 우리 집 거실은 책이 제일 적게 있는 거였는데,  책으로 가득 찬 방이 세 개 더 있는 건 차마 말을 못...

어머님께서 친구분들 만나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우리 며느리는 옷, 가방, 신발, 보석, 그릇, 화장품 그딴 거 살 줄 모르고 오로지 책만 사봐~"

그럼 친구분들이 화답하시길

"아이구 그 집 며느리는 사치할 줄 몰라서 좋구만. 우리 집 며느리는~~~불라불라..."

그러면서 시어머님들 보시기에 못마땅한 며느리들이 사모으는 각종 사치재가 등장하며 며느리 품평회가 이뤄지곤 한단다. 그리고 끝에 가서 내시는 결론.

"자네는 좋겄어~ 며느리 잘 봐서. 싹싹하니 성격 좋고, 똑똑하고, 검소하고, 인사성 바르고, 거기다 이쁘기까지 하잖여~~~"

여기에 울 어머님은 이렇게 대답하신단다.

"뭐 그렇긴 한데, 사실 이쁘진 않지~~"

친구분들과의 회합이 끝나신 뒤 집에 오시면 나한테 대화 내용을 다 말씀해주시곤 이렇게 덧붙이신다.

"친구들이 하두 니 칭찬들을 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다 맞다고 하면 욕먹응께 내가 마지막에 이쁜 건 아니라고 했다만... 그거 내 본심 아닌 건 알지야?"

아마도 본심이신 거 같은데요~(속으로만)
워낙 미모가 출중하신 어머님이 보시기에 내 외모가 그닥 이쁜 축에 들지 않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 말씀 가운데 굳이 딴지를 거실 거면 다른 걸 하시지~ 뭐 이런 생각은 한다^^

그나저나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간 아이들이 크면서 더 이상 안 보는 책들은 몇 차례에 걸쳐 여기저기 나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그리고 책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상 집엔 여전히 책이 많다.

어느 날 방안에 누워있다가 우리 집에 쌓여있는 책들 무게를 감당 못하고 갑자기 바닥이 꺼지면 아랫집 사람들 날벼락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앞으론 책 구매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겠구나 하구선 그 뒤부터는 일에 꼭 필요한 책과 지인이 낸 책 외에는 사지 않고, 되도록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 두 곳에 희망도서를 식구수대로 매달 다섯 권씩 신청하는 이유이다. 여기엔  공공도서관에 좋은 책이 비치되어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포함된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1년에 한 번 희망도서 받을 땐 이웃들 인맥까지 동원해 20권 정도씩 신청한다.
그렇게 해서 책이 도착했다고 통보해오면 빌려서 본 뒤, 꼭 소장해야겠다 싶으면 나중에 따로 책을 사본다.

이렇게 책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참 많고, 소장하고픈 예쁘고 좋은 책도 참 많다. 어머님께서 책을 잘 안 사보시니 책값을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사실 그동안 들어간 책값만 따지면 어지간한 명품백과 명품 구두는 저리 가라다. 쉿!


글그램에서 펌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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