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물 사달라 한다.
남편은 돈을 허투루 쓰면 안된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왠만해서 그러지 않는데... 낯설게 느껴졌다.
무언가 마음에 걸렸나보다.
그와중에 '저모습도 내모습이지'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가 나는 원인을 찾아 보려 애썼다.
체력이 달릴때 시간에 쫒겨 서두를 때
불안이나 걱정등을 찾아냈다.
명상하다보니,
과거의 억눌린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은 무의식의 영역인듯 했다. 긴장된 몸이 느껴졌다.
몸과 마음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구나....
이런 이유로 아이의 어떤 행동이 거슬렸고,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잔소리 했던 것이다.
부드럽고 편안한 엄마로 바뀌고 싶지만,
꽉 막힌 통속에 갇힌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답답 했었다.
지금의 나와 ,현실을 못마땅해 하며, 과거의 회한, 미래의 불안 으로 온전히 지금에 집중할 수 없었다.
'지금을 살자' 하지만 그것도 생각일뿐.
변화는 어려웠다. 생각 가는대로 몸은 움직였다. 긴장감이 많아 작은 일에 '파르르' 할 때도 있었다.
지금에 오롯이 깨어있는 게 아니라, 늘 다른 세계에 가있었다.
깨달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깨달음으로 가는 것에 집착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작은 깨우침이 왔다. 삶은 앎이 아니라 삶이다. 앎에 치우쳤음을 인정했다.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야 했음을 말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우선되야 했다.
뜬구름 잡 듯. '여기'를 놓치고 있었다.
그것이 자각되면서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나'가 드러나는 듯 했다.
점점 마음의 허함이 사라지고, 충만함이 차올랐다.
그 에너지가 가족에게 돌아가는 듯 분위기가 차분하고 편안해져갔다.
'나를 사랑하라'는 그 흔한 말이 삶의 밑바탕임을 몸소 깨달았다.
파랑새를 구하러 여행을 떠났다 못찾고 돌아오니,
처마 밑에 있었다 라는 옛 이야기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절절히 다가왔다.
요즘은 몸을 이완시키고, 마음에서 힘 빼는 연습 중이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대하 듯.
'그래, 그 마음이 중요하지' 하며 너그럽게 봐질 때가 있다. 이런 변화가 반갑다.
운동화 빨래가 산더미다.
빨래방에 맡기면 편할 텐데, 아이와 함께 빨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쨍쨍한 날이니 빨아 널기로 했다.
모아둔 운동화를 정성껏 빨았다.
고사리 손으로 나보다 더 열심히 빨고 있는 아이를 보니 흐뭇하다.
중간중간 질문을 해보았다. "지금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 안하는데"? "응 그랬구나" 순수함이 예뻤다.
난 빨면서도 여러 곳을 다녀 왔는데...
다시 지금에 집중한다.
솔로 구석구석 하얗게 빤다. 마치 숨은 감정 하나 하나를 씻어 내듯 말이다.
쭈구린 자세도 힘들고, 어깨도 아팠지만 빨고나니 마음까지 개운하다.
벌건 햇빛아래 착착 널고, 땀방울이 송송 맺힌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우리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