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금주로 나를 깨우는 100일
오랜만에 먹는 맛있어 보이는 참치회. 마치 소고기와 같이 붉은색이 가득한 뱃살 한 조각을 기다란 나무로 된 젓가락으로 집어서 그 말캉하게 탱글하고 묵직한 느낌을 젓가락이 걸려있는 손가락 사이로 느껴본다. 이렇게 날이 살짝 쌀쌀한 저녁이 참치회 먹기에는 적당한 날인것 같다. 베트남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나는 한국에서 먹는 이 참치회가 그리웠던 적도 있었다. 베트남에서도 먹을 수는 있지만, 공간이 주는 그 분위기가 달라서인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뭔가 신선함 같은 것이 부족하기도 했다. 젓가락 사이에 올라온 이 무게감 있는 참치회를 기름소금에 찍고 내 앞접시에 올렸다.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김의 양쪽 끝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어 앞접시에 놓인 참치회를 감싼 후에 입에 넣었다. 김에 붙은 소금이 혓바닥에 먼저 떨어지고, 바삭한 김이 부서진 후에 고소한 참기름 향과 말캉한 참치회가 오른쪽 어금니 사이로 들어가 씹히기 시작한다.
"앗! 미쳤다." 난 젓가락을 내려놓고 얼굴을 찡그렸다. "야, 나 지금 혀 깨물었어." 난 눈물도 찔끔 흘렸다. "그러게 평소에 좋은 것도 좀 먹고 해라. 얼마나 오랜만에 참치를 먹으면 혀를 깨무는지도 모르고 씹어먹냐?" 내 앞의 친구는 웃으며 말하는데, 사실 심각했다. 혀에서 피가 날 정도록 세게 깨물었다. 얼마전에도 고기 먹다가 혀 깨문적이 있었는데, 내 혀가 뚱뚱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1년 전, 성공적으로 100일간의 금주를 실천한 적이 있었다. 금주를 하며 여러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혀가 날씬해졌던 기억이 있다.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술을 끊으니까 혀가 날씬해졌다. 이게 맞는 변화인가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었다. 실제로 진짜 날씬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씬해진다는 느낌은 의학적으로도 맞는 것이었다. 술이 체내 수분조절을 방해해서 혀를 포함한 연조직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술을 끊으면 이 부종이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끊고 나서 음식이 더 맛있어지고 더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알게 되기도 했었다.
혀를 깨물고 나서 1년 전의 그 느낌을 다시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감각들이 날카로워지던 그 기억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100일간의 금주를 시작하겠다고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금주할 거면 계속해야지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하는 게 어딨 냐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시도하는 게 몸에 좋은 거니 계속 노력하다 보면 담배를 끊었던 것처럼 술도 완전히 끊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간헐적 금식 있잖아. 그거 해도 몸이 좋아진다는데, 나는 간헐적 금주를 해보려고." 와이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음식도 아니고 술을 끊는 건데 간헐적 금식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가져오지 않겠나?
이제 다시, 감각을 깨우고 나의 일과 삶을 다잡을 100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