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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Mar 15. 2022

10. 해고를 당하다

그 문 열고 나가면 우리 이제 다신 볼일 없는 거다

해고 통보를 받았다. 며칠 전에는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내 자질이 좀 모자랐구나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통보를 받은 날에는 부대표님이 해고 사유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제조업 직원들이 휴직 상태이고, 회사의 매출도 급감하여 필요 없는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당연히 제일 먼저 정리될 사람은 신입들이었다. 부사장님의 쿠션어인지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고도 이 회사에서 다시 일할 의향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하루빨리 이 회사에서 도망가고 싶어서 거절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배울 점도 없었고 더 큰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솔직히 당시엔 거듭된 실패로 베트남에 더 이상 있기 싫었다. 


며칠 뒤 회사에 있는 개인 서류를 전해주러 대표님 아들 분이 찾아왔다. 얼굴 본 겸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퇴사했으니 솔직히 말해주셨는데, 이 회사는 큰 회사가 아니라 보석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동기 10명을 가져다주어도 나를 쓰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회사에서 앞으로 내가 겪어야 될 과정들이 내 수준에 걸맞은 회사에 들어가면 굳이 겪을 필요 없는 것들이라 사장님에게 붙잡자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취업에 마음이 급해서 회사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었고, 다른 회사 면접도 보지 않을 채 입사한 내 불찰도 있다. 과분한 말로 위로를 받긴 했지만, 다시 취업준비를 할 생각에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취업도 국가 간 왕래도 어려워져서 앞길이 막막했다.


급여를 받기 위해 사장님을 만나 뵀다. 가족 회사답게 사장님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전에 구두 계약한 것과 다르게 급여를 달러로 지급해주지 않고 베트남 동으로 지급한 점, 환율을 따지지 않고 급여를 맘대로 계산한 점, 그리고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 등에 대해서 물었다. 대표님은 화를 내시면서 회사에 도움 준 것도 없는데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면서 요즘 애들이 우리 세대보다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라며 질책하셨다. 하... 내가 아직까지 이 회사에 최소한의 기대는 가지고 있었나 보다. 사장님은 케이크를 사 오셔서 퇴사 파티랍시고 케이크에 초를 꽂았다(진짜 한 대 때릴까).


"너 그 문 열고 나가면 우리 이제 다신 볼일 없는 거다"


불편한 자리를 마무리하고 이 부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둥 수고했다는 둥 다른 말이 많은데 굳이 저런 말을 해야 될까. 괘씸하기 짝이 없다. 


"사람일은 모르는 거죠^^"


나는 다른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말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처량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이게 내 업보라면 도대체 내 인생에 어떤 잘못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여러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베트남 스토리 반 정도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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