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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퐁당 Oct 22. 2021

기억을 더듬다

[WITH] #14

새로운 기억이 입력되지 않는 병, 치매.

할머니는 오늘도 아무것도 모른 채

할아버지가 어디 가셨는지

왜 돌아가셨는지 묻는다.

-

할머니가 끊임없이 물으셔서,

우리 가족은 오늘도 내일도

할아버지가 곁에 없음을 상기한다.

-

같은 대답을

그것도 마음 아픈 대답을

매번 해야 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

그러다 문득 '우리가 할아버지를 계속 기억할 수 있게,

할아버지의 빈자리에 무뎌져 잊어버리지 않게,

할머니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 참 오랜만에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창가에 기대 비 오는 풍경을 한참 보던 당신.

-

사실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남편을 떠올린 시간.

-

당신 얼굴에 담긴 그 깊은 슬픔을

우리는 감히 위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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