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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퐁당 Oct 22. 2021

두 마리 형제들

[LIFE] #11

우리 동네에는 유기견 두 마리가 있다.

사람이 붙인 말이 유기견이지

내가 마주친 건 행복하게 뛰노는 형제였다.

목줄도, 목걸이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

진돗개 반려견을 둔 나는

그 어린 두 백구가 눈에 걸리고 마음에 걸렸다.

해맑은 아이들이 언젠가

사람에게 상처 받을 것만 같아서.

-

반려견과 산책 중 누군가 불편한 어조로 물어왔다.

"이 개가 그 두 마리 중 하나인 가요?

요즘 밤마다 돌아다녀서 원."

-

닮은 개라고 무조건 따지는 상황에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두 형제가 아직 함께 있구나'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고

밤에만 돌아다니게 될 만큼 상처 받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

사람과 함께 사는 생명이 늘어날수록

사람에게 상처 받는 생명도 늘어나는 현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

짙은 밤 창가에 귀 기울이니 개들의 소리가 들린다.

서로 대화를 하는 걸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진돗개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두 마리의 백구 형제가 신경 쓰이곤 한다.

-

-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두 백구의 형제애만큼은 지켜지기를

기도하며 잠이 드는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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