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만 Sep 16. 2020

20 of 185, 회복이 필요하다

2020/04/02, 20 of 185

내가 참 못되고 철없는 성격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38살 (한국 나이) 아빠가 한국 나이 4살, 실제 개월 수로는 이제 막 32개월 되어가는 아들에게 삐지고 신경전을 벌이고 서운해한다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다. 더 참고 맞춰주고 하면서 잘 지내봐야지 다짐하고 오전 내내 이런저런 간식으로 꼬시고 달래고 TV로 달래고 하며 지나갔는데, 이모님 오신 후 약속대로 낮잠 자자고 하니 또 울고 난리가 났다. 한숨이 나왔지만 또 이렇게 저렇게 달래며 엄마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싫어하고 아주 무서우니 약속대로 방에 들어가자 해서 안방에 갔지만, 조금은 잘 노는 것 같더니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나가겠다고 울며 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애긴데). 붙잡고 붙잡아 달래 가며 또 좀 버티나 했는데, 잘 노는 척하는 연기에 속아 긴장이 풀렸던 걸까 깜박 졸아버렸고 그 사이에 히히힛 하는 웃음소리를 승리 음악으로 뒤에 남기며 큰 아드님 께서는 휙 하고 문을 열고 탈출하는 데 성공하셨다. 아 정말… 미쳐… 안방 탈출 후에는 바로 이모님에게 달려가서 책 읽고 놀고, 다섯 시 다 되어가는 시점에 이제 엄마 만나러 가자 하니 싫다고 방에서 나가라고 밀어내고 문 닫고 하는 걸 보니 거 참. 이모님이 워낙 잘 놀아주시니 더 좋아하는 거겠지만, 엄마 만나러 가는 것조차 같이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만큼 나와는 이미 이만큼이나 거리가 멀어진 걸까 싶다. 이걸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주말부부 하던 시절처럼 언젠가 또 한동안 떨어져 살게 된다면 잘 못 보는 아쉬움과 만날 때의 반가움에 이런 안 좋은 기억과 감정음 잊어주실 수도 있겠으나 어려운 일은 회피하고 미뤄두는 사람처럼 그런 방법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당장은 물론 앞으로 수십 년 이어질 관계에서 수시로 발생할 어긋남을 조금씩이라도 내 쪽에서 다시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바로잡아갈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뭔가 노력해서 아이와 맞춰가야 할 텐데…


매거진의 이전글 19 of 185, 신경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