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층의 히터를 켜고 차례대로 창문을 닫으면서 1층으로 내려왔다. 춥지만 실내 공기는 상쾌해졌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 다행이었다. 창문을 마음껏 열어 환기시킬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하늘이 몹시 파랬으니까.
1층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삐걱 소리를 내며 발걸음에 응했다. 그 소리가 좋아 서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내려왔다. 나무끼리 맞닿는 마찰음이 평소보다 경쾌했다. 오늘은 좋은 일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 새로운 책이 들어오는 날은 아니니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 손님이 오시려나. 어쩌면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일지도.
들뜬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오늘의 커피도 역시 헤이즐넛이다. 헤이즐넛의 맛이 입 안을 채우는 것보다 향이 서점을 채우는 포근함이 좋아서였다. 처음 서점에 발을 들였을 때 풍겨오던 커피향이 헤이즐넛이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서점에서는 늘 그것만 마셨다.
커피가 기계에서 내려지는 순간. 뽀얀 뭉게구름이 흘러가듯 커피향이 퍼져갔다. 히터의 열기로 채워진 공기가 커피 향과 어우러져 한층 몽실몽실해졌다. 매일 아침 같은 풍경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평범하게 흘러갔다. 편안하고, 익숙하게.
AI 스피커에게 커피와 어울리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말했다. 스피커를 통해 잔잔하지만 생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보통은 클래식을 들려주는 데 오늘은 아니었다. 스피커에게 노래 제목을 물어봤지만 발음하기 힘든 가수 이름과 곡명을 알려준다. 다시 물어봐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았다.
영어는 아니고 아마 불어가 아닐까. 한 글자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지만 멜로디가 좋아서 틀어놓기로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른쪽 볼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커피 잔을 잡고 있느라 따뜻해진 손을 들어 오른쪽 볼을 어루만졌다. 툭 불거져 나온 꽃 모양이 손보다 온도가 높았다. 따뜻하다고 하기에는 뜨거웠고, 뜨겁다고 하기에는 미지근했다. 살짝 부풀어 올라 있는 모양새였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오늘따라 유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