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에 잠겨 2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었다. 깨끗하게 닦인 창문에 지문을 남기지 않게 조심하면서.
서점을 운영한 것은 5년쯤. 대학생 때부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까지 합하면 6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아르바이트 중이던 그 해의 1월, 이제 막 졸업을 앞둔 내게 사장님은 서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사장님은 건강 문제로 서점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며.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망설였었다. 사장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더구나 서점 사장이라니. 책도 많이 안 읽는 내가 무슨 서점 사장. 처음에는 거절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내가 맡아주지 않는다면 이 공간은 사라질 예정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
공간이 허물어진다.
이미 어린 시절 경험해보지 않았나. 내가 사랑했던 공간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무언가로 개발되어 버린다는 것. 그때의 절망과 무력감.
서점이 사라지는 것만은 막아야했다.
공간에 잠시 머문다는 것과 공간을 지켜가는 것. 두 의미 사이의 방황은 짧았다. 서점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어떤 의무감이 컸으니까. 사장님은 나보다도 먼저 내게서 그 모습을 발견하셨던 걸까.
그렇게 나는 서점 주인이 되었다. 여전히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장이지만.
서점은 나름 잘 운영됐다. 수입은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 그것도 전보다 손님이 더 많아진 덕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 읽은 책이 많은 게 도움이 됐다. 서점 주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에 꼼꼼하게 책을 살피고, 여러 책을 추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내가 추천하는 책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얼떨떨했다.
때로는 서점을 오가는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들여놓기도 했다. 내 취향이 조금 반영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은 대부분 들여놓는 편이었다. 그 탓에 작은 규모의 서점 치고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들여놓았다. 골고루 짬뽕된 서점이랄까. 제일 적절한 표현이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나를 좀 더 성숙한 길로 이끌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이 공간을 살아있게 했다. 그러니 그들은 나를 키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공간을 지켰고, 이 공간은 나를 키웠다.
어쩌다 갖게 된 직업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만족도는 꽤 높았다.